시체소유권 주장녀들, 도르프만 '과부들' 국내초연
'죽음과 소녀' '경계선 너머'와 함께 저항 3부작으로 통한다. 1970년대 칠레의 피노체트 군사정권 시대를 배경으로 실종과 의문사를 다룬다. 잿빛 강가로 떠내려온 시체의 소유권을 마을의 여인들 모두가 주장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비현실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로 희랍극을 연상시킨다.
지배층이 승리하고 군대가 강력하게 통제하는 마을의 남자들이 모두 실종된다. 여자들은 군대에 끌려가 생사를 알 수 없는 수십명의 남자들, 즉 남편, 아들, 아버지, 오빠의 소식을 기다린다. 그러던 어느 날 강을 따라 시체 한 구가 떠내려 온다. 아버지, 남편, 아들을 잃은 '쏘피아'는 고문에 의해서 부패해서 얼굴조차 알아볼 수 없는 시체가 자신의 아버지라며 시체의 소유권을 주장한다.
마을의 평화유지를 책임지던 중위는 그녀가 시체에 대한 소유권을 허가 받으면 그 남자의 죽음에 대한 불편한 질문들이 제기될 것을 우려, 비밀리에 시체를 불태운다. 이후 강을 따라 두 번째 시체가 떠내려오고 쏘피아를 포함, 동네 여인 서른여섯 명 모두가 시체의 소유권을 주장한다. 자신들의 정당한 권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여자들은 강가에서 한치도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새로 부임한 대위에게 통보하며 시위를 시작한다.
연극배우 예수정이 강건하고 숭고한 희생과 저항을 표현하는 쏘피아를 연기한다. 연극배우 한명구가 현실적이며 실용적인 면이 강한 대위를 맡았다. 연극배우 전국향, 이지하, 박완규, 박윤정 등이 출연한다.
6월 1~10일 서울 대학로 한팩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볼 수 있다. 한국공연예술센터와 극단 백수광부가 뭉쳤다. 2만~5만원. 02-813-1674【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