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인터뷰]이재오, 박근혜 지역구서 하룻밤 지낸 사연은
지난 25일 인터뷰를 위해 서울 불광동 사무실에서 만난 자리에서도 예의 그 일상복 차림의 수더분한 동네 주민의 모습 그대로였다.
이 의원은 이날도 경기 평택과 오산의 재래시장을 돌았다고 했다. 지난 17일부터 시작한 49박50일짜리 민생탐방의 일환이다.
그는 선거철이 아닌 평소에도 자전거와 지하철로 발품팔이를 하며 지역구를 관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국민속으로 민심대장정'이라 이름 붙인 49박50일 민생탐방은 지역구 관리의 대선용 버전인 셈이다.
이 의원은 "현장을 돌아보니 자신감이 많이 붙었다"고 말했다. 그 자신감이란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와 함께 전국을 돌 때 느꼈던 유권자들의 열렬한 반응"이라고 전했다.
이 의원은 당시 한나라당에서 이 후보를 지지한 국회의원은 본인 혼자라고 했다. 그래서 동료 의원들을 두세명씩 매일 집에 초대해 된장찌개로 저녁을 차리고 지지를 당부했다고 한다.
이 의원이 집에서 저녁을 대접한 동료 의원들만 80여명.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날 부인 추영례 여사의 첫마디가 "딴건 몰라도 대통령한테 가서 된장찌개 값은 받아오라"였다고 웃으며 전했다.
이 대통령에 대한 민심이반이 극심해진 탓에 민생탐방이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 의원은 고개를 저으며 "언론에서는 이명박 정부 좌장이 왜 또 나서느냐 하지만 바닥민심은 이 후보를 모신 초기랑 비슷하다. 가는 곳마다 반응이 뜨거워 기(氣)를 받는다"고 답했다.
잘 곳을 구하지 못해 고생한 적도 있었다. 경북 청도군의 한 농촌을 방문했을 당시 면장이 퇴짜를 놔 마을회관에서 밤에 쫓겨나기도 했다.
결국 인근에 있는 대구 달성군의 가창면에서 마을주민들이 밤늦게 마을회관으로 초대해 하룻밤을 묵을 수 있었다고 했다.
청도군은 친박계 핵심인 최경환 의원의 지역구이며 달성군은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비례대표로 나서기 전까지 내리 4선을 한 지역구다. 최 의원 지역구에서 퇴짜를 맞고 대권 경쟁자인 박 전 위원장 지역구에서 대접을 받은 셈이다.
이 의원은 전북 군산의 한 농촌 어르신들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
그는 "아침에 지하철로 출근하고 수행원 없이 지방을 왔다 갔다하는 대통령이 된다면 그 농부께서 도시락 싸들고 입소문 내주러 다니겠다고 하셨는데 그런 모습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고 밝히며 호탕하게 웃었다.【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