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김정애 작가 신작동화 《행복충전소》 발간
현실의 아이들에게 진정한 행복은 무엇일까 유튜브 조회수보다 소중한 것은 무엇일까
김정애 작가의 신작 동화집 <행복충전소>가 발간됐다. 총 일곱 편의 동화를 싣고 있다.
‘심심한 건 못 참아’는 호기심 많은 꼬마 도깨비 뭉치의 이야기다. ‘꽃점’은 가나에서 온 낯선 친구와 우여곡절 끝에 우정을 이루는 명수의 이야기를 담았다.
다문화 교실의 일상을 현실적이면서도 따뜻하게 그렸다. ‘끼루의 여행’은 긴 여행을 떠나는 꼬마 기러기 끼루의 성장과 모험담이다.
‘주인이 누구야?’는 욕심 많은 사슴이 숲속의 주인을 꿈꾸었다가 숲은 모두의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는다는 이야기다.
또한 ‘내 친구 토마토’는 요즘 아이들에게 익숙한 유튜브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친절한 침입자’는 아빠의 재혼과 함께 ‘침입자’가 된 새엄마와의 갈등과 화해를 그렸다.
표제작이기도 한 ‘행복충전소’는 아이들 사이에서도 공공연하게 퍼져 있는 빈부 격차와 차별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가족 안에서 찾아보는 동화다.
작가는 지금 이 시대의 아이들을 현실적으로 그리면서 그 속에서 지켜야 할 가치와 미덕을 흥미로운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다. 때로는 사실적인 처방을, 때로는 상상의 세계로 나아가는 길을 보여주면서, 무엇보다 함께 살아가는 세상의 소중함을 전하고 있다.
김정애 작가는 2004년 동화로 등단하여 글을 쓰기 시작하였다. 지은 책 중 『괜찮아 열두 살일 뿐이야』는 동남아 3개 국어로 번역되어 현지 초등학교 도서관에 보급되기도 했다.
현재 제주아동문학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교원문학상 수상(소설) / 성호문학상 수상(동화),장편동화 『형제는 함께 달리는 거야』(2007), 『소금바치』(2022), 단편동화집 『괜찮아 열두 살일 뿐이야』(2015), 『기억을 팝니다』(2018), 『또또의 붉은 조끼』(2020), 그림동화 『도깨비 방망이는 어디로 갔을까?』 등이 있다.
한그루 刊 125쪽 값 12,000원
■ 책 속에서
아아, 이를 어쩌나. 인기가 짱이라니 이젠 사범님 때문에 태권도 하기 싫다는 핑계도 통하지 않게 되어버렸다. 쿠조 아빠는 한국말을 잘했다. 게다가 성격도 유쾌해서 며칠 사이에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말았다고 한다. 더욱 큰일은 쿠조도 아빠를 따라서 체육관에 나오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체육관에서는 운동도 잘하고 아이들과 엄청 잘 어울린다고 한다. 쿠조가 체육관에 있다는 게 나에게는 또 다른 두려움이 되었다. 체육관에 가자니 쿠조 아빠가 무섭고 그냥 집에 가자니 엄마가 무서웠다. 그러다 보니 다음 날도 체육관에 갈 수가 없었다. 휴대폰을 꺼놓고 성주와 함께 거리를 헤매다가 꼴깍 해가 저물어버렸다. 달이 뜰 때까지 놀이터에 있었다.
“이제 우리 어떡해?”(37쪽)
따지고 보면 자기가 숲의 주인이 될 이유가 없었다. 숲에 있는 돌 한 덩어리,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어느 것에도 대가를 지불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슴은 자기가 크게 잘못한 것 같기도 하고 지나친 욕심을 부린 것 같기도 해서 부끄럽기도 했다.
이런저런 생각에 밤을 하얗게 새운 사슴은 다음 날 하나님을 찾아가서 공손하게 말했다.
“숲은 누구의 것이 될 수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하나님께 다시 돌려드리겠습니다.”(73쪽)
내가 쪼잔한 줄은 알지만 호영이가 점점 밉고 싫었다. 그런데도 궁금해서 집에 오면 내 유튜브 먹보 TV를 들어갔다가 습관적으로 호영이의 ‘멍이와 냥이’를 열어보게 된다. 호영이에게 아기처럼 구는 멍이와 앙탈 부리는 냥이가 귀엽기는 하다. 솔직히 내가 봐도 아귀아귀 먹어대는 영상보다는 훨씬 낫지 싶다. 그래도 호영이가 나보다 낫다는 걸 인정하기는 싫었다. 호영이에게 점점 까칠하게 대하는 나 자신을 어쩔 수가 없다. (8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