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인신매매에 주가 조작까지"…사채업자 탈세 백태

2012-05-17     나기자

국세청이 탈세 혐의가 있는 대부업자 123명에 대해 고강도 세무조사에 나선 것은 이들의 탈법 행각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번에 국세청에 적발된 사채업자 역시 연 360%의 살인적 고리 이자를 받거나 폭행·협박·인신매매 등 불법 채권추심을 일삼으면서도 고의적으로 세금을 회피한 경우가 허다했다.

국세청이 공개한 민생침해 사금융업자의 체납처분 회피 사례를 살펴본다.

▲사채빚 대학생 유흥업소에 넘기다 = 미등록 사채업자인 조 모씨(54)는 전단지 광고를 통해 급전이 필요한 대학생 A씨를 유인한 뒤 연 120%의 고리로 200만원을 대출해줬다.

하지만 A씨가 원금과 이자를 갚지 못하자, 일명 '꺾기'수법으로 이자를 원금의 1000%가 넘도록 키운 뒤 "부모에게 알리겠다"고 협박하고 'ㄱ' 유흥업소 종업원으로 넘겼다.

또 A씨를 넘긴 댓가로 받은 사채대금을 친인척 차명계좌로 관리하면서 이자수입 31억원을 신고하지 않았다. 탈루소득은 친인척 명의로 부동산까지 사들였다.

국세청은 조 모씨에 소득세 등 15억원을 추징하고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고발 조치했다.

▲채무자 담보건물 빼앗고 자살로 내몰다 = 미등록 사채업자인 최 모씨(59)는 영세사업자 B씨에게 연 120%의 고리로 2000만원을 빌려줬다. 하지만 B씨가 돈을 상환하지 못하자 담보로 잡은 전세보증금을 강제로 빼앗아 B씨 가족들을 길거리로 내몰았고, 이를 비관한 B씨는 결국 자살했다.

최 모씨는 의류가게를 운영하는 C씨에게 대여해 준 사업자금 1000만원이 연체되자 폭력을 행사하며 상가보증금도 갈취했다.

최 모씨는 고리 이자로 취득한 33억원의 수입을 신고하지 않은 채 외제차를 구입하는 등 호화생활을 해오다 세무당국에 덜미가 잡혔다. 최 모씨는 소득세 16억원을 추징당하고 검찰에 고발됐다.

▲증거 인멸에 조사 방해까지 = 박 모씨(47)는 'OO투자'라는 상호명으로 대부업을 차린 뒤 시장 영세상인에게 자금을 빌려줬다. 채무자가 상환일을 넘기면 폭력·협박 등 불법적으로 추심하고, 친인척 차명계좌를 이용해 25억원의 수입을 숨겼다.

조사 과정에서도 박모 씨의 파렴치한 행각은 계속됐다. 세무직원이 박모 씨 집을 수색하자, 숨겨뒀던 수십개의 차명통장과 중요장부를 베란다 밖으로 던지는 등 증거 은닉을 시도했다. 또 변조한 통장 거래내역을 제출하는 대담성도 보였다.

국세청은 박 모씨에 11억원의 세금을 물리고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고발했다.

▲소액주주 울린 탈세 대부업자 = 김 모씨(45)는 명동 전주(錢主, 사업에 밑천을 대어주는 사람) 50여명으로부터 수백억원의 자금을 모집한 뒤 기업인에 돈을 대출해줬다.

특히 자금난으로 유상증자에 나선 상장법인 대주주에게 주식을 담보로 증자대금을 선(先)이자 5%, 연 120%의 고리로 대여해줬다. 연체되면 주가조작을 통해 담보주식을 대량 매각하거나, 기업사냥꾼을 공모해 기업을 인수하고 자금을 횡령해 소액주주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이 과정에서 취득한 수입 93억원을 신고 누락하고, 법인자금으로 부동산도 매입했다. 김 모씨는 세무당국으로부터 42억원을 추징당하고, 검찰 고발조치 됐다.

▲부채 탕감 못하게 채무자 집 가압류 = 대부중개업자인 정 모씨(53)는 급전이 필요한 D씨에게 연 360%의 고리로 돈을 빌려주고, 거래를 숨기기 위해 채무자 명의통장으로 이자를 송금받았다.

또 D씨가 사채를 갚기 위해 시중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하자, 주택을 가압류해 고의적으로 방해했다.

정 모씨는 이 같은 수법으로 35억원의 이자수입을 챙겼지만 세무당국에 신고하지 않았다. 국세청은 정 모씨에 15억원을 추징하고,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처리키로 했다.【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