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 황제' 잡은 檢수사 탄력받나?
임석(50) 솔로몬저축은행 회장 전격 체포
16일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단장 최운식 부장검사)에 따르면 현재 임 회장은 170억원대 회사자금 횡령 혐의와 1500억원대 불법 대출을 지시한 혐의로 수사선상에 올라있다.
임 회장은 솔로몬저축은행 자금 2000여억원을 투자해 선박운용업체와 증권사 등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일부 투자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이 짙다.
임 회장은 또 솔로몬·경기솔로몬·호남솔로몬·부산솔로몬 등 4개 저축은행이 지난해 대출유치 대가로 대출모집법인들에게 지급한 530억원의 수수료 중 170억원을 다시 돌려받은 의혹을 받고 있다.
당초 검찰 주변에서는 합수단이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에 대해선 업계 1위라는 상징적 의미와 몸집을 감안, 4명의 저축은행 회장 중 가장 마지막에 신병을 처리할 것으로 관측했다. 합수단도 수사 초기에는 이 같은 방침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일반적인 수사절차상 대주주나 은행장에 대한 본격적인 소환조사는 실무직원들의 조사내용과 압수물 분석을 토대로 불법대출이나 횡령 등이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난 다음 혐의사실에 대한 마지막 '확인' 작업만 남겨놓고 이뤄지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물론 임 회장에 앞서 미래저축은행의 김찬경(56) 회장이 구속된 상태에서 조사를 받고 있지만, 이는 해외 밀항을 시도하다 체포된데 따른 예외적인 케이스일 뿐 원래 김 회장이 다른 임직원에 비해 수사대상의 우선순위는 아니었다.
임 회장은 잠적이나 도피를 시도한 정황이 없고, 다른 저축은행 회장들의 소극적인 태도와는 달리 각종 의혹들에 대해 공식 해명자료를 내고 적극 부인하거나 억울함을 토로하는 등 검찰 수사에 자신감을 피력해온 만큼 긴급체포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이에 대해 합수단은 임 회장이 영업정지 전후로 하드디스크 삭제 등 각종 자료의 증거인멸을 시도하고, 직원들에겐 '말맞추기'를 강요하는 등 수사에 훼방을 놓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검찰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임 회장은 솔로몬저축은행 수사착수 이후 은행 고위 임원과 로펌 등과 함께 치밀하게 대응전략을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임 회장은 특히 영업정지 직전엔 임직원 20∼30명에게 총 15억원 안팎의 특별격려금을 지급, 자신의 비리를 잘 알고 있는 직원들의 내부 고발을 차단하려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최운식 합수단장은 "임 회장이 증거를 조작할 우려가 있어 수사에 방해되기 때문에 체포했다"면서 "한 사람(김찬경 회장)은 도망가서 잡힌 거고, 한 사람(임석 회장)은 본인이 증거를 적극적으로 인멸하려고 했던 부분 때문에 윗선부터 사법처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주변에서는 임 회장이 정관계 두터운 인맥을 내세워 수사의 '수위'를 조절하려들자 사전에 이를 견제하기 위해 강제로 신병을 확보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적지 않다.
임 회장은 호남출신 인물이지만 여야 정치인과 친분이 두텁고 현 정부들어 핵심 고위 인사들과 잦은 접촉을 통해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과 이상득 국회의원이 다니는 소망교회의 금융인 친목모임인 '소금회' 멤버로도 활동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3차 구조조정 목록에 올려놓은 저축은행 4곳 중 유독 솔로몬저축은행에 대해 정관계 로비로 수사가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아울러 합수단이 임 회장의 신병을 예정보다 빨리 확보한 만큼 얼마나 많은 의혹을 샅샅이 찾아낼 수 있을지도 관심이 쏠린다.
밀항을 시도하다 붙잡힌 회장에 대한 배신감이 팽배한 미래저축은행과는 달리 솔로몬저축은행은 직원들의 입이 '무거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부 저축은행에선 은행장이나 대주주뿐만 아니라 일선 직원들까지 사법처리된 것도 소극적인 수사협조에 영향을 미쳤다.
최운식 합수단장은 "미래저축은행보다는 솔로몬저축은행이 (조사에)소극적"이라며 "사실 직원들은 공범이긴 하지만 피해자일 수 있어 구속한 적은 없다. 직원들은 구속이 안되는 것을 알고 적극적으로 진술했지만 이번에 미래저축은행 본부장이 구속되면서부터 수사 태도가 달라졌다"고 전했다.
검찰은 솔로몬저축은행의 몸집이 큰 만큼 다른 은행에 비해 방대한 자료도 걸러내는 게 쉽지 않다.
미래저축은행의 경우 지난해 9월부터 검찰과 금융감독당국이 공조를 통한 내사를 벌여오면서 혐의를 입증할만한 자료를 상당부분 축적했다. 김 회장의 자금흐름을 추적하기 위한 계좌추적 작업도 이미 끝마친 상태일 만큼 저축은행 중에서 가장 빠른 속도를 내고 있다.
반면 임 회장의 경우 불법대출이나 횡령 등 기본적인 범죄사실 뿐만 아니라 정관계 로비의혹에 대해서도 확인해야할 분량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비자금과 같은 자름흐름의 단서를 찾기 위한 계좌추적도 이제 막 시작한 상황이다.
최운식 합수단장은 "수사는 이제 시작이다. 오늘부터다"라며 "이제 수사를 시작하는데 시작단계에서부터 결론을 낼 수 없다. 뭐가 나올지는 해 봐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