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금 시인, 여섯 번째 시집 《루즈 바르기》 발간

2022-08-08     박혜정 기자
문상금

문상금 시인의 여섯번째 시집 《루즈 바르기》가 발간됐다.

제1부 늦봄, 제2부 루즈 바르기, 제3부 제주 상사화, 제4부 빈 집, 제5부 국수나 먹자, 제6부 곧 노란 태양이 될 거야, 제7부 시는 노래가 되어 등 61편의 시를 담고 있다.

시인은 창작의 영감을 주고 삶의 뿌리를 단단하게 잡아주는 서귀포를 중심으로 작품세계를 펼쳐 왔다. 자연과 사람 속을 거니는 일상생활에서 특히 사랑을 주제로 한 세밀한 내면 세계와 자아의 재발견, 그리고 존재의 성찰을 모색하는 시 창작에 천착하고 있다.

“내 유일한 화장법은 붉은색 루즈를 바르는 것이다. 그것도 옛말이 되어 버렸다. 이 지상의 모든 사람들이 슬픈 마법에 걸려 마스크를 쓴 날, 그저 빈 손 흔들며, 겨울부터 봄까지 동백꽃을 보러 다녔다, 길거리에 툭 툭, 돌담 아래에 툭 툭, 내 마음 밭에도 툭 툭, 붉은 꽃송이들은 떨어져 다시 피어났다.

입술에도 얼굴에도 심장에도 붉은빛으로 피었다 지고, 툭 툭,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다.”라는 시인의 시작 메모에서 보는 것처럼, 팬데믹의 시간을 거치면서 시인의 감성은 더욱 내밀한 곳을 파고들었고, 이전의 모든 것들이 새롭게 다가오면서 시의 지평 또한 더 넓어졌다.

그런 과정의 연장선에서 시에 곡을 붙여 노래를 만드는 작업을 통해 세상에 더욱 가깝게 다가가고자 하는 것이다.

제7부 <시는 노래가 되어>에서는 이런 작업을 통해 태어난 6곡의 악보를 함께 실었다.

문상금 시인은 1966년 제주 서귀포 상효에서 태어나 『심상』誌 1992년 신인상에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시집으로 『겨울나무』, 『다들 집으로 간다』, 『누군가의 따뜻한 손이 있기 마련이다』, 『꽃에 미친 女子』, 『첫사랑』이 있다.

최근엔 자연과 사람을 중심으로 한 일상생활에서 특히 사랑을 주제로 하여 세밀한 내면의 세계와 자아의 재발견 그리고 존재의 성찰을 모색하는 시를 창작하고 있으며 시에 곡을 붙여 노래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한그루 刊 값 10,000원
 

[작품감상]
 

늦봄 2

자궁 벌어지듯
열리는 꽃봉오리들

아아,
조금씩 벌어져 열리는
산문産門

흰 창호지의
막을 뚫고

이 경계와 저 경계
이 문과 저 문

우 우 쏟아져 나오는
피투성이 울음소리

찬란한
순간들
 

제주 상사화相思花

한 번의 치솟음을 위하여
악착같은 발기勃起

이 늦사랑을 위하여
꽃대를 올려 보았느냐

나는 일몰 같은
붉은 북을 두드린다,
제주 상사화相思花 밭에서

두둥 두둥
둥둥둥

온통 상사화相思花다,
상사화相思花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