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 非朴' 구도 선명해진 민주 원내대표 후보 토론회
이른바 '이해찬·박지원 합의'로 구축된 '비박(非박지원) 대 박' 전선은 원내대표 경선을 하루 앞두고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 것이다.
이날 비박 후보들은 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각각 나눠 맡기로 한 '이·박 합의'를 파고들면서 공세 수위를 높여갔다. 양자 합의가 계파·지역 간 단합을 위한 것이 아니냐는 '담합론'을 넘어 박 후보의 과거에 대한 비판적 질문까지 총동원 됐다.
박 후보는 '집중 포격'을 예상했다며 태연한 자세를 고수했으나 시간이 지날 수록 표정이 굳어갔다. '이·박 합의'로 당내 논란을 부른 것에 대해 거듭 사과하면서도 자신의 뜻은 굽히지 않았다. 개인적 욕심에 의한 선택이 아니라 계파·지역 간 갈등 종식과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위한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박 대 비박' 간 잠재돼 있던 불씨가 본격적으로 타오르기 시작한 것은 후보자간 질의응답 형식으로 진행되는 상호토론서 부터였다.
모두 발언에서 "이 대표, 박 원내대표라는 담합으로 결과가 나오면 민주당은 식물정당을 자초하는 것"이라고 운을 띄운 이낙연 후보는 "총선 패배에 책임을 지고 지도부 총사퇴를 주장하던 박 후보가 원내대표에 나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2008년 공천에서 배제돼 탈당,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박 후보의 과거를 이야기하며 "우리당 후보가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다면 권장하겠나"라고 물었다.
유인태 후보는 "기왕이면 박 후보에게 먼저 질문하겠다"며 18대 국회 때 박 후보가 민주당 원내대표를 맡은 것을 겨냥했다.
그는 "기회를 나눠갖자는 취지에서 원내대표에는 한 번 출마하면 또 나온 적이 없다"며 "나 역시 행정자치위원장 시절 때 잘했으니 또 할 수 있냐"며 꼬집었다.
전병헌 후보도 "매도 먼저 맞는 것이 좋다"며 첫 질문 상대로 박 후보를 지목, "성공한 원내대표라고 하는데 폭로정치는 성공했다"고 비꼬았다.
전 후보는 "대 여당 협상에서 얻은 것이 거의 없다"며 "예산안도 속수무책 날치기 당했고, 한·EU 자유무역협정도 졸속협상을 벌였다"고 비판했다.
이에 박 후보는 대답을 이어가며 달아오른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데 집중했다. 그는 "호되게 얻어맞을 줄 알았다"며 "토론회 시간이 꽤 지났는데 사람이 이렇게 많이 남아있는 것을 보면 세 후보의 박지원에 대한 뭇매가 즐겁게 해준 것 같다"고 웃음을 보였다. 상대 후보에 대한 비판 질문도 자제했다.
다만 과거 자신의 무소속 출마 전력을 들춰낸 이 후보의 공세에는 대북송금특검으로 옥고를 치르고, 공천에서 배제돼 탈당한 것을 상기시키며 "제 상처, 민주당 상처 되새기는 것이어서 유감스럽다"고 답했다.
또 전 후보의 '폭로정치' 발언에는 "금도가 있다. 돌멩이는 앞으로 던져야지 옆으로 너무 아프게 던지면 어떻게 되겠냐"며 발끈했다.
박 후보는 "저는 이번 국회로 끝나는 사람"이라며 "정권교체 한들 장관하겠나, 국무총리하겠나. 일념이 정권교체"라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과거 3당 통합처럼 했다면 담합이지만 (저처럼) 정권교체 위해 했다면 단합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공정하게 전당대회를 치러 이길 수 있는 대통령 후보 만드는데 앞장서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박 대 비박구도가 치열한 양상으로 진행되면서 누가 민주당 차기 원내 사령탑으로 선출될 것인가에 대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당초 당권주자로까지 거론되던 박 후보의 무난한 승리가 점쳐졌으나 '이·박 합의' 후 비박 연대가 탄력을 받으면서 판세는 시계제로 상태다.
민주당 김진표 최고위원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합동 토론회와 4일 연설에서 마음이 바뀌는 이들이 3분의 1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민주당은 4일 경선을 치러 신임 원내대표를 선출한다. 이날 선출될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최고위원의 권한을 넘겨받고 비대위원들과 함께 차기 지도부 선거가 이뤄질 전당대회를 준비하게 된다.【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