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친박 vs 비박' 상호비방 난타전 가열
초기에는 정몽준 전 대표,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 여권 대선주자들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을 겨냥해 사당화와 당내 민주주의 실종 등을 비판하고 박 위원장은 이를 정쟁으로 규정 경고하는, 이른바 '선수'들끼리의 싸움이었다.
하지만 대권주자들간 공방이 길어지면서 측근들까지 가세해 전선이 점차 확산되는 모양새다.
친박진영의 대표격인 이정현 의원은 지난 1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정 전 대표가 사사건건 박 위원장을 비방하고 공격하는 것을 보면서 아무리 시시비비가 헷갈리는 세상이라고 해도 이건 아니라고 본다.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한다"고 분노했다.
지난달 29일 정 전 대표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에서 "새누리의 1인 지배체제 때문에 당이 생명력이나 자생력이 전혀 없다. 당내 민주주의가 실종됐다"며 박 위원장과 대립각을 세운데 대한 불만 표시다.
이 의원은 정 전 대표의 발언들을 인신공격으로 규정하고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정권이 탄생하는데 정 전 대표의 역할과 기여를 당원들은 모두 기억하고 있다"며 "누가 우리 새누리당에 가장 큰 피해를 입혔는지, 누가 우리 새누리당이 위기 때마다 당을 구했는지 천하가 다 안다"고 강도높게 비난했다.
이에 더해 이상돈 비상대책위원이 비박계 대선주자들을 향해 직격탄을 날리면서 친박과 비박간 대결전선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이 비대위원은 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비박계 대선주자들의 이름을 한명씩 거론해 비판하며 "지지율 1~2% 밖에 안되는 분들이 대선후보가 되기 위해 경선에 나오겠다는 것은 자칫하면 대선 경선 자체를 희화화시키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특히 "여론조사에서 대권 지지율이 너무 미약한 분들이 출마하는 것 자체는 국민들이 보기 우습지 않느냐. 그래서 좀 제거를 할 분들은 제거해 주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정 전 대표는 이날 광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 비대위원의 발언에 대해 "기본적으로 예의가 없는 분"이라며 "그분을 따로 만난 적은 없지만 여러 가지 행동을 보면 정상적인 사고력이 없는 분이라고 본다"고 말해 불쾌한 심정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이어 다음날 목포를 방문한 자리에서는 이 의원이 자신을 '적반하장'이라 표현한 것과 관련해 "할말 있으면 박 위원장이 직접하시면 좋겠다. 대리인이나 하수인을 내세우는 것은 비겁하다"며 도발에 가까운 발언을 했다.
김 지사 역시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비대위원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을 위해 총대를 메고 앞장서서 극단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본다. 정당 안에서 대선후보를 뽑는 민주주의 질서를 부정하고 (박 위원장을) 추대하자고도 했던 분이기 때문에 더 말하기가 민망하다"고 반박했다.
당권 도전을 선언한 친이계 심재철 의원도 거들었다. 심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박 위원장이 당명을 바꾸고 당의 많은 부분을 쇄신하는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해온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박 위원장을 중심으로 선거가 치러졌기 때문에 폐쇄적 사당화 지적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비대위원의 발언에 대해서도 "지지율이 높아야 어떤 얘기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친이계인 김동성, 안효대 의원도 즉각 반발했다. 김 의원은 "모래성 같은 대세론에 기대어 민주주의의 제1원칙인 선거가 필요 없다는 경선무용론, 추대론은 국민을 무시한 교만과 오만의 극치"라며 이 비대위원을 향해 "얼마 남지 않은 기간 부디 자중자애"하라고 쏘아 붙였다.
정 전 대표의 측근인 안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총선승리라는 미명하에 친박일색으로 사당화를 합리화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라며 "위기 때마다 당을 구했다던 박 위원장은 당시 한나라당이 힘들던 2010년 지방선거에서 선거지원을 거절하며 모르쇠로 일관하지 않았냐"고 비판했다.
한편 인천·경기 민생탐방에 나선 박 위원장은 이날도 대선 경선에 출마한 대권 주자를 겨냥해 또 다시 "정쟁이 아니라 민생에 집중해야 한다"고 경고성 메시지를 날렸다.
박 위원장및 친박계 인사들과 다른 대권 후보자들 및 비박계 인사들간의 대결양상이 날마다 뜨거워지는 모양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