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닥치고 지레짐작, 듣보면 빠짐…'두레소리'

2012-05-02     나기자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국악과 합창을 소재로 한 국악 영화 '두레소리'(감독 조정래)가 호평을 듣고 있다. 동시에 실제 주인공이자 모티브가 된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 합창단 '두레소리'도 관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두레소리'는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 합창단 '두레소리'의 창단 실화를 배경으로 한 극영화다.

국악 전공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내 합창단이 만들어지는데, 찾아온 학생들은 출석 일수가 부족한 문제아들이다. 워낙 개성들이 강한 데다 각자 고민과 사정도 천차만별이다 보니 지도교사 '함샘'(함현상)과 좌충우돌, 티격태격하기 일쑤다. 특히 고3 수험생이라는 현실은 모두의 발목을 잡고 갈등을 증폭시킨다. 그러나 이들은 합창단답게 음악을 향한 열정과 친구들 간의 우정으로 모든 불협화음을 극복하고, 함께 있어 더욱 아름다운 소리를 내게 된다.

중앙대 연극영화과를 나와 단편 '종기'로 제2회 세계단편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하고, 프랑스 코르트 영화제에 특별초청되는 등 촉망 받다가 우연히 접한 판소리에 빠져 10여년을 고수로 살아온 조정래(39) 감독이 우연히 이 합창단의 사연을 듣고 감동해 자신의 첫 장편영화로 만들었다. 지난해 제13회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에서 시선상을 따냈다. 이 영화제에서 이 작품에 매료된 멜로 '건축학개론'(감독 이용주)의 제작사 명필름 이은(51) 대표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원제인 '꿈꾸지 않으면'을 '두레소리'로 변경, 개봉을 준비해왔다.

두레소리는 2008년 결성돼 2010년 서울 학생 동아리 한마당에 '우수 동아리'로 선정되고, 각종 문화 공연 행사에도 꾸준한 초청을 받는 등 맹활약 중인 실력파 학생 합창단이다. 영화에 합창단 지도교사 '함현상'으로 출연해 연기까지 한 함현상 음악감독이 자신이 몸담고 있던 창작판소리 단체 '바닥소리'에서 따온 '소리'와 '함께 한다'는 의미의 순우리말 '두레'를 합쳐 작명했다.

함 음악감독 외에도 출연진 중 학생들은 이 학교 재학생이자 두레소리 전·현 단원들이다. 국악신동이지만 집안의 과도한 기대에 남몰래 힘들어 하는 '김슬기'는 MBC TV 드라마 '대장금'의 OST '오나라'를 부른 김슬기(18)다. 어려운 집안 사정에도 꿋꿋이 꿈을 키워가는 '조아름'은 중앙대 국악대학 전통예술학부 1년생 조아름(19)이 연기했다. 경험이 전무한 이들이어서 연기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풋풋하고 신선함이 오히려 정겹게 느껴진다. 대신 영화 곳곳에 등장하는 판소리, 민요 등의 실력은 역시 수준급이다.

두레소리는 '함께 하는 소리'라는 뜻처럼 국악과 양악의 소통은 물론, 국악을 대중적으로 풀어내 세대간 소통,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주체가 됨으로써 사제간, 친구간 소통을 소리로 말하겠다는 뜻도 함축하고 있다. 극중 두레소리가 부르는 합창곡 중 '두레소리 이야기'의 '우리의 노래가 우리의 장단이 세상 모든 사람들의 아픔을 달래고, 잃었던 우리 꿈을 샘솟게 하네'라는 대목이 이를 상징한다.

조 감독은 "종종 '워낭소리' 2탄이 아니냐는 오해도 받지만 누군가의 마음을 울리는 진심의 소리라는 점에서는 '워낭소리'와 닮은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2009년 292만명 이상이 본 다큐 '워낭소리'(감독 이충렬) 제작자 고영재 PD는 "솔직히 처음에는 영화가 낯설었다. 하지만 시선을 빨아들이는 매력이 있었다"며 "'두레소리'도 '워낭소리'도 소리를 다룬 작은 영화다. 하지만 '두레소리'가 내 '워낭소리'보다 더 큰 사랑을 받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칭찬했다.

"아마추어 배우와 국악 소재라는 한계를 건강한 웃음과 따뜻한 감동으로 넘어 서서 '워낭소리' 못잖은 작은영화의 기적을 일으키겠다"고 벼르는 '두레소리'는 10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