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지 좁아진 與 대권잠룡들 거취는

2012-04-14     나기자

4·11 총선에서 거둔 새누리당의 승리는 '박근혜의 승리'라고도 불릴 정도로 그의 역할이 컸다. 연초 100석도 쉽지 않다던 난국을 타개하고 새누리당을 과반 의석 정당으로 유지시킨 장본인이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라는데 이견이 없는 상태다.

이번 총선 승리로 새누리당은 말 그대로 '박근혜 당'으로 탈바꿈했다. 당내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는 더욱 공고해졌다. 비박(非朴) 진영 대권주자들이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진 셈이다.

당내 대권잠룡인 정몽준, 이재오 의원은 생환에 성공했지만 진땀승을 거둬 체면을 구겼다. 측근들도 대부분 원외로 밀려났다.

공천단계에서부터 이 의원은 측근인 진수희, 권택기, 장광근, 신지호, 안경률, 안상수 의원 등을 잃었다. 공천결과에 반발해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한 유정현 의원과 진성호 의원은 낙선했다.

정 의원도 전여옥, 이사철 의원이 공천에서 탈락했으며 당 대표를 지내던 시절 비서실장이었던 정양석 의원은 선거에서 패했다.

총선 뒤 지사직 사퇴와 함께 새누리당 대권 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됐던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처지도 마찬가지다. '김문수 사단'의 핵심으로 꼽히는 차명진(부천소사), 임해규(부천원미갑) 의원 등이 낙선했고 총선에 출사표를 던진 10여명의 측근들도 공천과정에서 고배를 마셨다.

이재오, 안상수 의원 등과 접촉하며 친이계와 연대를 모색했던 정운찬 전 총리도 생각이 복잡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새누리당은 이르면 5월말 전당대회를 열어 당 지도부를 구성할 예정이다. 통상 2명의 최고위원은 지명직으로 꾸려지는 점을 감안하면 4명의 최고위원을 노려야 한다.

12월 대선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지도부에 자기 계파를 지원해야 하지만 수족이 대부분 잘려나간 상황이라 쉽지 않아 보인다. 일각에서는 "대선후보 경선도 필요가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에 따라 여권 잠룡들은 우선 정국 추이를 살피며 기회를 엿볼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번 총선에서 수도권 완패와 젊은층 표심 공략 실패 등 박 위원장의 한계도 분명히 드러난 만큼 이를 공격 포인트로 삼아 입지 회복을 노릴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김태호 의원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남 도지사 출신으로 비록 낙마하긴 했지만 2010년 8월 신임 국무총리로 내정되면서 차기 대통령감이라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그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 김해을에서 두차례나 당선될 만큼 인물 경쟁력이 충분해 박 위원장의 대항마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당 안팎에서 제기된다.【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