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 55명의 고백 '책의 유혹'
'책의 유혹'은 문인 55명이 각자가 꼽은 위대한 저술들에 대한 단상을 풀어놓은 책이다. 성석제, 하성란, 조경란, 김연수, 장석주, 송재학, 김기택, 안도현, 나희덕 등 '책읽기와 글쓰기'에 관해 내로라하는 작가들의 글을 묶었다.
지은이들이 저마다가 겪은 내밀한 독서체험을 바탕으로 그 책들을 되짚어 거명한다. 일독을 권하는 방식으로 그 길의 안내도 맡는다.
'김수영 시전집'을 자신의 첫 책으로 갖게 된 열망을 토로하는 조경란씨는 "나는 이 책을 젊은 시절에 읽을 수 있었던 것을 내 생의 몇 번 안 되는 행운 중의 하나"라고 여겼다.
김연수씨는 "날마다 한 편의 당시(唐詩)를 외며 잠들던 시절이 있었다"고 회상한다. 그러면서 "낭만주의 시에도 빠지고 상징주의 시에도 빠지고 모더니즘 시에도 빠지고 독일시에도 맛들이고 하이쿠에도 맛들였지만, 당시만한 것을 보지 못했다. 다른 시들은 모두 사람이 아닌 시인들이 썼지만, 당시는 시인이 아닌 사람들이 썼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하성란씨는 "'포'라는 이방인의 이름과 첫 대면한 것은 50권짜리 아동문학전집 가운데 수록돼 있던 '검은 고양이'라는 소설을 통해서였다"며 에드거 앨런 포를 처음 알게 된 때를 떠올렸다. 당시 검은 고양이에 대한 공포감을 선사한 것을 기억하며 "공포에서부터 추리, 풍자, 환상에 이르기까지 포의 소설들을 흐르고 있는 것은 막대한 양의 그의 지식이다. 그는 21세기에도 23세기에도 영원히 신세대를 대변하며 반항아로 남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밖에도 문인들은 윤동주, 백석, 김수영, 일연, 허난설헌, 김시습 등을 비롯해 도스토예프스키, 에드거 앨런 포, 프란츠 카프카, 헤르만 헤세, 알베르 카뮈, 니체, 앙드레 지드 등 동서양의 과거와 현대를 아우르는 작가들에 대한 애정을 전한다.
지은이들은 함께 쓴 서문 '책머리를 대신하여'에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그 층을 막론하고 그들이 죽기 전까지 책의 종언 따위는 없을 것"이라며 "대체 무슨 종언, 죽음들은 그렇게 싸구려 폐품처럼 매일 교체돼 너덜거리는지, 책은 오래된 인간이고 인간은 지금 씌어지는 괴롭고도 뜨거운 책"이라고 입을 모았다. 388쪽, 1만3000원, 하늘연못【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