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문신 시인 네 번째 시집 “해동의 들녘” 펴내
고독한 꿈의 소환, 농심의 체험적 보고서
농민 시인 강문신 시인이 최근 네 번째 시집 “해동의 들녘”을 펴냈다.
1부 낮 술 혼자 붉힌, 2부 끝내 항서降書 없이, 3부 쫓는 일 아~ 쫓기는 일, 4부 김일병 첫 휴가, 5부 석파石播제국 등 70편에 가까운 시조를 수록하고 있다.
이번 시집은 상당 부분 농사의 현장에서 직접적으로 체험한 감정을 육화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각별한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시집 앞부분을 보면 집중적으로 배치한 시편들들 만나볼 수 있다. 그 시편 하나하나가 땀과 고통과 좌절, 결실의 순간과 한이 한데 응어리진 농사 현장에서의 시편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농민 시조로서의 작품들인데, 「하루, 하루」란 시조를 보면 이 시조에 딛고 서 있는 환경과 분주한 일상, 심리상태와 그 환경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그림처럼 명징하게 드러내고 있다.
또 「코뚜레 들녘」에서는 꿈과 희망이라는 청사진과는 달리 갈수록 나빠지는 농촌의 현실을 안타가워 하고 생애의 종착점을 향해 가는 감회를 담고 있다.
시집 전반에 농부로서의 실제적 체험을 골간으로 쓴 시편들을 만날 때마다 구구절절 독자들의 마음을 무겁게 이끈다.
이렇듯 농사의 현장에서도 보았듯이 시인에겐 복싱의 현장 또한 단순한 현장에서의 스크랩이 아니라 삶을 관조하는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복싱코치로서 , 삶의 선험자로서 극복해나가야 할 장애물과 고비마다 대처역량을 제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진정성이 각 행간마다 가득하다.
시집을 찬찬히 음미하면서 읽다보면 시인이 만난 환경과 시대 상황이 절대 녹록치 않았음이 거의 모든 시편에 스며있음을 알 수 있다.
강문신 시인은 90년 서울신문, 9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고, 제주복싱회관 관장, 한국문인협회 제주도 지부장을 역임했다.
시집으로 『당신은 “서귀포...”라고 부르십시오』외 3권이 있다. 제1회 서귀포예술인상, 시조시학상, 제주특별자치도 문화상, 조운문학상을 수상했다.
석파농산 대표로 있다.
[작품감상]
하루, 하루
농장의 신 새벽은 개 두 마리 환호로 열린다
시선암詩禪庵 산책로의 노송老松 숲에 이르러
문득 그 눈망울 초롱초롱 산 노루도 만난다
지난 봄 돌밭에 심은 귤나무들 돌아본다
그 혈색 곰곰 살피며 다독인다 북돋운다
긴긴 해 8월 땡볕은 아껴 써도 모자라
저녁연기 피어오르는 올망졸망 산마을같이
그 마을 양철지붕 성당의 종소리같이
은은히 저무는 하루 두 손 고이 모은다
-하루, 하루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