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막은 해군, 발파 강행...사이렌에 폭발음 전쟁터 '방불'
이번 발파는 지난 2일 해군기지 건설업체에서 경찰에 화약 사용과 관련한 허가신청서를 제출한 지 나흘만에 이뤄진 것이다.
당시 시공업체측은 최대 43t의 폭약을 이용해 강정 구럼비 바위 일대와 제주해군기지사업단 인근 부지 등 2곳을 폭파할 수 있도록 허가를 요청했다.
경찰은 현장 검토 등을 통해 지난 6일 발파 승인을 내줬고 시공업체는 곧바로 구럼비 바위 등에 화약을 넣을 수 있는 구멍을 뚫어 발파를 위한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정부의 해군기지 강행 방침에 이어 곧바로 발파 승인까지 떨어지자 7일이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추측이 나돌면서 100여 명이 넘는 강정마을 주민과 도내·외 시민단체 회원 등은 현지에서 화약을 실은 트럭이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진입로를 차량과 몸으로 막고 저항을 시작했다.
경찰도 '구럼비 해안' 바위 발파를 앞두고 도내 전·의경과 경기지방청 경력 등 1000여 명이 넘는 경찰력을 마을 곳곳에 배치하는 등 충돌을 대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경찰은 이날 오전 7시40분께 본격적으로 경찰력을 투입해 진압작전에 돌입했고 시위자를 줄줄이 연행하기 시작했다. 이어 불과 30여 분만에 시위대를 강제 해산한 후 19명을 강제 연행했다.
이날 사이렌 소리와 비명 소리가 뒤덮힌 강정마을은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사태가 급박해지자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 각계에서도 정부와 해군을 향해 잇따라 비난을 쏟아내며 발파 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우근민 제주지사와 오충진 도의회 의장은 이날 긴급 호소문을 통해 공사 중지를 호소했다. 고심 끝에 우 지사는 '공유수면 매립공사 정지'라는 카드를 꺼내 발파 중단을 해군에 요청했다. 오충진 의장 등 야당 소속 도의원 10여 명도 현지에서 긴급기자 회견을 열고 공사중단을 촉구했다.
민주통합당 정동영 상임고문과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를 비롯해 제주지역 국회의원 강창일·김우남·김재윤(이상 민주통합당)도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를 강하게 비난하며 발파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천주교 사제단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구럼비 폭발 행위 중단을 요구하며 강력 대응 방침을 밝혔다. 제주지역 교수협의회는 긴급 성명을 통해 구럼비 폭파시도를 멈춰줄 것을 강하게 주문했다.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도 항공편을 이용, 뒤늦게 강정마을을 방문했다. 천주교 제주교구 강우일 주교를 만난 한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해군기지 발파를 강행하는 정부의 태도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해군측은 이날 하루 계획된 총 6차례 발파를 마무리했다.
각계의 중단 요청과 제주도의 공사 정지명령 예고에도 불구하고 해군측은 "절차에 따라 대응방안을 정해 공사를 그대로 진행하겠다"며 공사강행 입장을 보였다.
해군 시공업체는 이날 오전 해상을 통해 화약운반을 마무리한 후 삽시간에 화약 장전까지 완료하면서 본격적인 발파작업에 돌입했다.
결국 첫 발파는 오전 11시 20분께 서귀포 강정동 해군기지사업단 부지 서쪽 침사지 일대에서 작은 폭발음과 함께 시작됐다.
이어 오후 4시와 오후 4시 20분, 오후 4시 50분, 오후 5시 5분, 오후 5시 20분께 같은 장소에서 5차례 추가 발파를 진행해 시공업체인 대림산업은 이날 하루 계획된 6차례 발파를 모두 마쳤다.
한편 이날 발파는 해군기지사업구역내 제2공구 케이슨 제작장으로 쓰일 구역에서 이뤄졌다. 【제주=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