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제주관광의 미래 미리보기
홍기확 서귀포시 감귤박물관
# 과잉관광(over tourism) - 2017년 현재, 제주도
포르투갈의 인구는 천만 명. 매해 리스본 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관광객은 4천만 명. 인구의 4배 규모다. 더 작은 나라로 가보자. 아이슬란드의 인구는 33만 명이다. 관광객은 240명. 인구의 7배 규모다.
제주도의 인구는 65만 명이다. 관광객은 1,585만 명. 인구의 24배다! 아이슬란드는 관광업의 호황으로 지난 1년간 환율이 21% 상승했다. 제주지역 물가상승률은 최근 5년간 전국 1위다. 쓰레기 1인당 배출량도 단연 전국 1위.
관광에 모든 책임은 없다. 하지만 서정주 시인의 시, 자화상의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이다.’라는 표현은 무리일까?
# 제주에서 다른 농촌으로 - 2027년 현재, 제주도
지난해 6월 이탈리아의 도시 베니스 시민이 크루즈의 입항을 보트로 막아섰다. 시위대의 피켓. ‘우리는 당신을 환영하지 않는다.’
‘투어리스티피케이션(Touristification)’은 본토인이 급격한 개발과 상업화로 자신의 터전에서 내몰리는 현상이다. 베니스의 경우 30여만의 본토인구가 최근 5만여 명으로 줄었다. 한 해 2천만 명의 관광객으로 인해 주변도시에 비해 3배 높은 물가, 음용수 부족 때문에 터전에서 몰려난 것이다. 미리 보는 제주도다.
2017년 제주 토지의 개별공시지가는 2016년 28%, 2017년에는 19%가 올라 2년째 전국최고의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내 집, 내 땅 마련은 다른 농촌 얘기다. 토박이들이여, 가자! 다른 농촌으로!
# 질량(質量) - 양보다 질
흔히 단어의 조합순서는 중요성을 의미한다. 질이 중요하고 그다음이 양이다.
오래전 그날에도 질적 관광은 제주의 화두(火頭)였다. 하지만 당장의 양적 성장과 입도객 숫자 증가는 달콤한 사탕이었다. 물론 사탕은 금세 녹아 없어지고, 저가 관광의 마약은 과잉투자와 과잉관광 같은 끝나지 않는 후유증을 만들었다.
바르셀로나. 콜라우 시장은 ‘관광객 분산 대책’을 공약으로 당선되어 추진 중이다. 관광업계는 강력한 반발을, 시민으로부터는 기립박수를 받고 있다.
몰디브. 인구의 3분의 1이 빈곤층으로 전락했다. 관광개발이익을 특정계층이 독식해서다. 토착민들은 섬나라인지라 도망갈 데도 없다.
여러 전문가의 말처럼 중국의 사드 보복은 오히려 제주 관광에는 기회다. 입도 관광객 숫자놀이보다는, 이제 제주관광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 사활을 걸고 질적 관광에 대해 모색해야 할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