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웃음이 묻어나는 기억

정경미 제주시 건입동주민센터

2017-01-30     영주일보

지금도 생각하면 웃음이 묻어나는 나에게는 아주 특별한 기억이 있다.

공무원을 처음 시작할 무렵 20년이 훌쩍 지난 그런 이야기다. 한 바닷가 마을에 90을 넘긴 혼자사시는 할머니 한 분이 계셨다.

키와 몸도 크고 손도 투박하고 목소리 마져 우렁찬....., 게다가 귀가 어두우셔서 눈치백단은 되어야 의사소통이 가능한 분이셨다.

동사무소에 이분이 오시는 날이면 난 눈도 못 맞추고 쩔쩔매던 시절, 빨리 그분이 집으로 돌아가시기만을 기다렸었고, 늘 주눅이 들곤 했었다.

옆에 직원들이 거들어 주어서야 할머님은 만족하셨는지 나를 한번 힐끗 쳐다보고는 못 마땅한 듯 쌩하니 집으로 돌아가시곤 했었다.

그러나 시간이 약이였는지 꼭 우리 친할머니 같다는 생각이 들 무렵이었다. 할머니는 오실 때마다 손에는 청자담배로 기억하는데 담배 한 갑과 2홉들이 소주 한 병이 들려져 있었다. 그리고는 내게 다가와 귓속말로 다른 직원은 절대 주지 말라는 신신당부와 함께 내게 주고 가시곤 했었다. 그때마다 직원들은 박장대소하였고, 이제와 고백 컨데 난 뇌물 공무원이었다.

그러기를 몇 차례 할머니가 왜 저러실까 곰곰이 생각하니 집히는 데가 있었다. 내복이며, 양말 등을 갖다 드릴 때마다 하시던 말씀이 생각났다.

물건을 드릴때마다 우악스럽게 내 손목을 잡으시면서 레퍼토리처럼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공을 갚지 못하고 저승에 가면 죄받는다고.....,

그러고 보니 물건을 받으신 후 며칠 뒤면 어김없이 나타나셨고 그때마다 담배1갑과 소주 한 병이 들려져 있었고, 난 상습적인 뇌물 공무원 이 되어가고 있던 어느 날 할머니가 나를 빤히 쳐다보시는 게 아닌가? 그리고는 내손을 잡고 물으셨다. 너 지지바이? 너 지지바이가? 하시고는 동사무소에서 사라지셨다.

잠시 후 할머님이 나타나셨다. 내민 손에는 달달하고 입속에 넣으면 화~한 박하사탕 한 봉지가 들려져 있었다. 담배·소주에서 박하사탕으로 뇌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내가 남자인줄알고 계셨던 모양이다.

지금도 생각하면 웃음이 나지만, 다시 만날 수 없는 할머니가 그립고 그립기만 하다.

할머니가 건네주신 던 그 화~한 맛에 박하사탕이 먹고 싶은 건 왜일까?

요즘 들어 청렴한 부분이 많아져 그 실천의 증거로 식당과 꽃집들이 타격을 입고 있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나는 다시하번 뒤돌아 보게 된다. 나는 과연 청렴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