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진스님, 봉은사 시줏돈 싸움하지는 않았는지…"
11일 봉은사 전 주지 명진(60) 스님이 서울 효창동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자신의 책 '중생이 아프면 부처도 아프다' 출판을 기념한 '단지불회(但知不會) 법회'를 열고 이명박(70) 대통령을 겨냥한 듯한 인신공격성 발언을 했다.
명진은 "살아온 삶의 모습이 모여 나를 만든다. 성질 많이 낸 사람, 눈이 약간 찢어지면서 독사같이 생긴다. 꼭 사기꾼같이 생긴 사람 있잖아. 보기만 해도 어쩜 그렇게 생길까요. 주어는 없습니다"고 말했다. "사기는 세상을 그르치는 가장 큰 범죄 행위다. 거짓에 대한 준엄한 징계 내지 비판을 요구하는 시대가 됐다"고도 했다.
명진은 '쥐 귀에 경 읽기'라는 뜻의 '서이독경'을 부제로 삼고, 서론과 총 7장으로 이뤄진 이 책에서도 대통령을 '거짓말쟁이' '전과자' '사기꾼' '쥐' '부동산 투기꾼' '전두환보다 나쁜 최악의 대통령' '역행보살' 등의 표현을 동원해가며 욕했다.
그러자 참다 못한 어느 스님이 나섰다. 자살예방 사찰 묵언마을의 화주인 지개야(60) 스님이다. 지개야는 포털사이트 카페 '묵언마을'에 '명진 큰스님을 대신해 참회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지개야는 먼저 중아함경과 법화경 화향품의 구절을 읊었다. '옳다 그르다 시비하지 마라. 언쟁하지 말고, 서로 다투지 마라. 옳고 그름을 가려 승부를 내려고 하려면 평생을 싸워도 끝이 없다. 옳고 그름은 인연과 시대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이 세상 모두는 무상으로 변하는 것인데, 무엇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면서 시비할 것인가?'(중아함경)
'남 듣기 싫은 성난 말 하지 마라. 남도 네게 그렇게 갚을 것이다. 악이 가면 화가 돌아오나니, 욕설이 가고 오고, 매질이 오고 가고 종이나 경쇠를 고요히 치듯 착한 마음으로 부드럽게 말하면, 그의 몸에는 시비가 없어 그는 이미 열반에 든 것이다.'(법화경)
지개야는 명진이 '주어가 없다'고 한 대목을 빗대 "명진 큰스님 말씀에 주어가 없으면 이런 눈을 가진 모든 사람을 지칭하는데 아마 모르긴 몰라도 많은 한국인은 명진 큰스님이 지칭한 눈의 소유자인데, 그럼 많은 국민이 명진 큰스님이 말씀한 것처럼 나쁜 사람이란 말씀입니까?"라고 짚었다.
이어 "누구보다 부처님 법을 잘 알고 잘 지키시는 명진 큰스님! 천주교의 김수환 추기경님 선종 후 천주교 신자 20% 증가했다는 뉴스를 잘 알고 계시지요. 우리 불교계의 큰어른 스님이시고, 온 국민으로부터 존경받던 법정스님의 열반 또한 불교포교 절호의 기회였지요"라며 "그때 명진 큰스님은 어디서 무엇을 하셨나요. 혹시나 봉은사에서 시줏돈 싸움을 하시지는 않으셨는지요"라고 물었다.
"어떤 분이 명진 큰스님께 선물을 주면 명진 큰스님이 받지 않으면 그 선물은 누구의 것입니까? 명진 큰스님이 말씀한 눈의 소유자는, 아무도 명진 큰스님의 말씀을 받을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면 명진 큰스님이 한 말씀은 바로 명진 큰스님 것이 아닙니까? 설마 명진 큰스님이 그런 분은 아니겠지요."
지개야는 "명진 큰스님 말씀하신 못생긴 눈을 가진 많은 사람은 그 눈을 스스로 만든 것이 아니라, 부모님 인연으로 물려 받은 것입니다. 스스로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라면서 "이는 어쩌면 선천성 장애인을 장애인이라고 험담하는 것과 무엇이 다릅니까? 명진 큰스님이 말씀한 눈을 가진 많은 사람께 승려의 한 사람으로 진심으로 명진 큰스님을 대신해 참회드립니다"라고 전했다.
한편, 묵언마을은 경기 안성 죽산면 칠장리에 있는 한국불교태고종 소속 절이다./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