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청정의 섬’제주를 위하여

강기혁 서귀포시 예래동주민센터

2016-08-04     영주일보

오늘날 환경문제는 전 세계적인 문제로 특히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인한 대기오염과 쓰레기 배출량 증가로 인한 환경오염은 우리의 실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5년 전국적으로 쓰레기 종량제를 실시한 이래로 종량제를 시행한지도 이제 20년이 지나고 있다.

쓰레기 종량제를 실시함으로써 전국적인 쓰레기 배출량이 현저히 감소하였고 분리배출로 인한 쓰레기 재활용률도 높아졌으며 환경에 대한 시민들의 의식도 많이 개선된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관광도시인 제주에서는 여전히 쓰레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듯하다. 2014년 통계청에서 발표한 제주의 1인당 1일 쓰레기 배출량은 1.63kg으로 전국 평균 0.94kg에 비해 월등히 높고 세종시를 제외한 다른 어느 지역보다도 높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쓰레기 재활용률 또한 전국 평균인 59%보다 낮은 52%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최근 제주지역에 인구와 관광객이 급격하게 증가하였고 다른 지역에 비해 쓰레기 재활용업체가 적기 때문이다.

인구가 증가할수록 쓰레기 배출량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제주의 지역적인 특성상 한정된 공간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쓰레기를 줄이지 못한다면 머지않아 심각한 환경문제에 직면하리라는 우려와 함께 이러한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몇 가지 개인적인 생각과 제안을 나열하고자 한다.

첫째로는 시민들의 자율성과 환경의식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쓰레기 종량제란 쓰레기 발생량에 따라 수수료를 부과하여 배출량을 줄이고 재활용품을 최대한 분리배출 하도록 유도하여 쓰레기 처리비용을 배출자에게 부담하게 하는 제도이다.
쓰레기 종량제 시행에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전제조건은 시민들의 ‘자율성’이다. 시민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 없이는 결코 성공할 수 없는 제도로 이러한 시민들의 자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배출량에 따라 수수료를 부과하고 무단투기자를 적발하여 과태료를 징수하는 경제적인 유인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각 읍‧면‧동 환경담당 부서에서 새마을부녀회와 같은 자생단체와 협력하여 쓰레기 분리배출 요령에 대한 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으나 그 대상이 주로 장년과 노인들로 한정되어 있어 모든 연령층에 쓰레기 분리배출을 생활화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면이 있다.
좀 더 체계적인 시민교육을 통한 의식개선과 함께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들에게도 쓰레기 분리배출 요령을 가르쳐 어릴 적부터 환경의식을 키워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마트에서 개인용 장바구니 사용하기’, ‘천으로 된 쇼핑백 사용하기’와 같은 캠페인을 실시하여 불필요한 일회용 비닐봉지의 사용을 줄이고 가정에서부터 쓰레기 줄이기를 생활화해야 한다.

둘째로는 쓰레기 분리배출 방법을 좀 더 단순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정책과 시스템이라 할지라도 일반인들이 다가가기 어렵고 복잡하다면 제대로 실천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만큼 부작용도 많이 생기기 마련이다. 우리나라의 쓰레기 분리배출 방법은 세계 최고라고 자부할 만큼 철저하게 분류 품목을 세분화하여 분리배출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너무 철저한 분리배출을 추구한 탓인지 아직도 불법 무단투기가 성행하고 분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환경미화원을 비롯한 새마을부녀회 등의 자생단체에서 주기적으로 클린하우스를 단속하여 버려진 쓰레기를 다시 재분류하고, 버려진 쓰레기를 파헤쳐 불법투기자를 적발하는 등의 2차적인 조치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는 쓰레기 분리배출 방법을 보면 가연성 쓰레기는 흰색 종량제 규격봉투에, 불연성 쓰레기는 녹색 종량제 규격봉투에, 재활용품의 경우 종이컵‧종이팩, 비닐류, 플라스틱류, 병류로 분류하여 투명한 비닐봉지에 담아 클린하우스에 배출한다. 음식물 쓰레기의 경우, 각 동에서는 클린하우스에 설치된 음식물 계량쓰레기통에 음식물의 양을 잰 후 그 무게만큼의 비용을 T-money 교통카드로 결재하게 되어 있고 읍‧면 단위에서는 분리배출지역은 노란색 종량제 봉투를, 혼합배출지역은 흰색종량제 봉투를 구입하여 가정에서 봉투가 다 찰 때 까지 보관하다 배출하여야 하는데 음식물이 부패되어 악취가 나는 등 비위생적인 환경이 유발되어 시민들의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또한 음식물 쓰레기 중에서도 동물의 뼈, 생선가시, 갑각류의 껍데기, 계란 껍데기, 호두껍집, 땅콩껍집, 한약재의 찌꺼기, 과일의 씨종류, 양파껍질, 마늘껍질 등에 이르기까지 일반쓰레기로 분류하여 배출해야 한다.
이렇게 우리나라의 쓰레기 분리배출 방법은 쓰레기를 처리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가장 이상적인 배출 방법일지는 모르지만 이를 일상에서 직접 실천하는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번거롭고 복잡하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환경을 보존하기 위하여 쓰레기를 분리 배출하는 모든 종류의 규격봉투가 비닐재질이라는 것도 참 아이러니하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 보존을 위해 마트나 음식점 등에서 비닐봉지 사용을 규제하는 추세이지만 우리나라는 쓰레기 종량제를 실시한 이후로 약 20년 동안 비닐재질의 규격봉투를 지속적으로 생산하여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비닐봉투가 재활용되면 다행이지만 그 재활용도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고 재활용되지 못하는 규격봉투를 처리하는 데에도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것이다.
독일이나 일본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좀 더 단순화된 분리 배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일본은 가연성쓰레기, 비가연성쓰레기, 재활용쓰레기의 3종류로 분류하여 배출하는데 집에서 나오는 일반 쓰레기의 대부분이 가연성 쓰레기로 분류되며 안이 들여다보이는 투명한 일반봉투를 사용하여 배출한다. 음식물 쓰레기라는 개념은 없고 가연성 쓰레기와 함께 배출하며 비가연성쓰레기는 금속류, 깨진 접시나 밥그릇, 냄비 같은 식기 등이 이에 해당한다. 재활용쓰레기로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종이류, 캔, 유리병, 플라스틱, 패트병 등으로 분리하여 내용물을 비우고 배출한다.
독일의 경우에는 집집마다 분리 배출함이 색깍 별로 존재하는데 보통의 가정집에는 최소한 3개의 배출함이 있으며 함마다 자기 집 주소가 기재되어 있다. 배출함은 녹색, 노랑색, 갈색으로 분류되는데 녹색함은 종이류, 노랑색함은 폴리, 플라스틱, 비닐류, 갈색은 음식물, 나뭇잎과 같이 바로 썩는 물질을 배출한다. 그 외에 해당하는 쓰레기는 검정색함에 별도로 분리하여 배출한다.
물론 위에서 소개한 나라는 우리나라와 같이 쓰레기 종량제를 실시하는 나라가 아닌 쓰레기 처리비용을 세금에 포함하여 쓰레기를 처리하는 나라들이다. 우리나라가 종량제를 실시한 이후로 세계 각국의 선진국보다 1인당 쓰레기 배출량이 가장 적으며 재활용률도 매우 높은 편이지만 좀 더 친환경적이며 어린아이에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시민들이 쉽게 실천할 수 있고 분류의 개념이 사람들의 머릿속에 확실히 각인될 수 있도록 배출방법을 단순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셋째로는 기업차원에서 불필요하고 과다한 포장용기의 사용을 줄여야한다.
이미 정부는 포장 폐기물 관련 법규를 제정하여 기업에서 생산되는 포장 폐기물을 억제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으나 기업에서의 친환경 포장재의 사용은 미미한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생활 폐기물의 50% 정도가 포장 폐기물로 간주되는 상황으로 기업에서의 과도한 플라스틱이나 비닐 포장용기의 사용, 이중포장 등을 줄이고 친환경 포장의 개발을 적극 추진하여 소비자의 건강과 환경을 보호하는데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한다.

넷째로는 빈 용기 보증금 제도를 활성화하여 재활용기의 회수율을 높여야한다.
빈 용기 보증금 제도란 술이나 음료수 구입 시 제품의 가격에 유리병 또는 페트병 가격을 포함하여 판매한 후 빈병이나 페트병을 반환하는 소비자에게 그 빈 용기의 가격을 다시 되돌려주는 제도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1985년에 이 제도를 도입하였으나 빈병에만 한정하여 시행하고 있고 보증금 가격이 너무 낮아 빈 용기를 반납하여 보증금을 되돌려 받는 일반소비자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일부 선진국에서는 이 보증금제도를 빈 페트병이나 캔 등에도 적용하여 재활용 용기의 회수율을 높임과 동시에 일회용 용기의 사용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제주는 지금 인구와 관광객의 증가, 중국자본의 유입과 부동산 시장 호황으로 인한 개발 증가로 쓰레기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이렇게 발생하는 쓰레기는 현재 재활용, 매립, 소각의 순으로 처리 되고 있으며 제주의 한정된 공간을 고려했을 때 전국의 다른 지역보다 높은 매립의 비율을 점차적으로 줄이고 재활용률을 높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쓰레기 발생량 자체를 줄이는 것이다.

사람이 사는 곳에서는 어디서나 기본적인 생활을 위해 소비를 해야 한다. 소비가 있는 곳에는 자연히 쓰레기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 소비를 줄일 수는 없는 것이다. 이렇게 쓰레기 발생량 자체를 줄이기 위해서는 쓰레기를 유발하는 각종 포장용기나 포장재를 규제하고 친환경 포장용기의 사용을 늘려야 한다.

또한 포장지 없는 슈퍼마켓을 운영하거나 대형마트에서 비닐봉투 대신 종이봉투를 사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앞으로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환경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이는 제주의 환경보존을 위한 좋은 재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제주가 앞으로도 “청정의 섬”이라는 이름을 계속 유지하려면 환경친화적인 제도적 뒷받침과 시민들의 인식전환 그리고 기업의 적극적인 친환경 정책이 잘 어우러질 때 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위기의식을 통해 미래의 제주는 잘 개발되고 발전된 제주가 아닌 복잡한 도시에서 벗어나 누구나 언제든지 자연과 함께 쉴 수 있고 자연과 더불어 힐링할 수 있는 제주가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