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총선 불출마 '러시'…인적쇄신 격랑속으로

2011-12-11     나기자

한나라당이 홍준표 대표 사퇴에 뒤이어 당내 최다선인 이상득 의원과 초선인 홍정욱 의원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는 등 당 위기 돌파를 위한 인적쇄신 파고가 거칠게 불어닥칠 전망이다.

'상왕정치' '형님정치' 논란을 일으키며 여권내 실세 중의 실세로 분류돼온 6선 중진의 이상득 의원이 11일 오후 기자회견을 갖고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의원은 "지금 우리 한나라당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평생을 한 정당에 몸바쳐 당3역과 최고위원까지 지낸 사람으로서 매우 가슴이 아프다"며 "19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어 "당의 쇄신과 화합에 작은 밑거름이 되고자 한다"며 "저의 오늘 결심이 제가 평생을 바쳐온 한나라당이 새롭게 태어나는데 하나의 밀알이 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최근 검찰 수사과정에서 이국철 SLS그룹 회장에게서 7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자신의 보좌진이 구속된데 대해 "'천망회회 소이불실(天網恢恢 疎而不失; 하늘의 그물은 크고 넓어 엉성해 보이지만, 결코 그 그물을 빠져나가지는 못한다)'의 심정"이라고 밝혔다.

표면적으로는 검찰 수사에 대한 압박감으로 총선 불출마와 사실상 정계은퇴를 선언했지만, 이 의원은 오래전부터 내년 총선 불출마를 놓고 고심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명박 정부에서 현직 대통령의 친형으로서 권력투쟁의 '정점'에 있었던 이 의원으로서는 현 정부와 궤도를 함께하고 있는 이번 18대국회가 마지막 정치활동의 공간이라고 생각해왔을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향후 당내 중진그룹들과 영남지역 의원들에 대한 퇴진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상득 의원은 한나라당내 최다선(6선·포항남울릉) 의원이자 여당의 텃밭인 대구·경북(TK) 출신이기 때문이다.

당내 소장파 초선인 홍정욱(서울 노원병) 의원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홍 의원은 "지난 4년은 제게 실망과 좌절의 연속이었다. 국가의 비전과 국민의 비전 간 단절된 끈을 잇지 못했고 정치에 대한 국민의 냉소와 불신도 씻지 못했다"며 "저는 오로지 제 자신의 부족함을 꾸짖으며 18대 국회의원의 임기를 끝으로 여의도를 떠나고자 한다"고 밝혔다.

40대 초반의 젊은 정치인이자 초선인 홍정욱 의원과 여당 실세인 최다선 이상득 의원이 같은 날 동시에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셈이 됐다.

이로써 수도권에서 영남까지 초선에서 중진까지 한나라당내 현역의원 전원이 불출마 대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됐다.

특히 당 위기 극복을 위해 전면에 나서야 할 박근혜 전 대표의 측근 정치인들에 대한 압박감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친박계 중진 의원들이 박 전 대표의 인적쇄신의 길을 터주기 위해 집단 불출마 선언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편 한나라당내 현역의원 가운데 내년 총선 불출마를 공식 선언한 의원은 모두 4명으로 늘어났다.

지난 8월 부산 영도 출신의 5선 중진인 김형오 전 의장은 "당이 어려울 때 백의종군하는 모습도 나쁘지 않다. 제 19대 총선에 나서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서울 양천을에서 3선을 지낸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도 지난 6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대표에 출마하면서 19대총선 불출마 선언이라는 정치적 결단을 내렸다./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