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조직의 식물인간과 나무인간
홍기확 서귀포시 생활환경과
2016-07-27 영주일보
조직에도 이런 인물이 있다. 빛을 따라 뿌리 없이, 근본 없이 해만 바라본다. 뿌리를 굳건히 내려야 하는데 위로만 죽죽 자라려 한다. 빨리 자라지만 뿌리가 약해 오래 살지 못한다. 가끔 동아줄을 잘 잡는 것 같지만, 썩은 동아줄을 잡고 떨어진다.
한편 나무는 햇빛을 ‘통해’ 자란다. 해가 뜨면 몸집을 키우고, 해가 지면 굳건히 뿌리를 내린다. 추운 겨울이 되어 햇빛이 줄어들더라도 해도 흔들리지 않는다. 견딜 수 있는 뿌리가 있기 때문이다. 식물이 자기 잘 살겠다고 줄기를 높이고 태양을 향할 때, 나무는 뿌리와 가지, 잎사귀들 모두에 영양분을 골고루 공급한다.
조직에도 이런 인물이 있다. 식물인간과 다른 나무인간이다. 센 사람 바라기를 하지 않는다. 날이 춥던 덥던, 햇빛이 있던 없던 곧은 뿌리를 통해 흔들리지 않는다. 바람이 괴롭힐 때도 있을 것이다. 흔들릴 것이다. 하지만 쓰러지지 않는 나무인간이다. 뿌리가 굳건하니 동아줄을 잡을 필요가 없다. 주변 직원들에게 넉넉함을 주고 인정을 받는다.
제주도의 조직개편과 함께 맞물린 이번 인사로 조직이 술렁이고 있다. 승진이나 전보 모두에서 자극적인 ‘최대 규모’라는 단어가 심심찮게 들린다. 그만큼 기회를 찾는 식물인간들이 햇빛을 찾아 함께 술렁이고 있다.
공직자들 하나하나 모두 스스로가 식물인간에 속하는지, 나무인간에 속하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 본인만 알까? 후한서(後漢書) 양진전(楊震傳)에 나오는 인사청탁 관련 고사의 대화를 상기해보자.
식물인간이 말한다.
“지금은 밤중이고, 방안에는 태수님과 저뿐입니다.”
나무인간이 답한다.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자네가 알고, 내가 알지 않는가!”
식물인간은 부끄러워하며 물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