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태식칼럼](106)신제주새마을금고 이야기
현태식 전 제주시의회 의장
2016-05-02 영주일보
왜 주관적·자발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타의에 의하여 참여하는가 의문이 생길 것이다. 그렇다. 공익활동은 옳게 성과있게 하려면 통합하는 능력이 있어야 하고 개인적인 시간과 금전적 희생을 감수하여야 하며 사회의 비판에 부딪힐 것을 각오해야 하기 때문에 늘 두려웠다. 게다가 건강도 좋지 않은데 강도 높은 추진에는 체력의 한계를 느껴서였다. 그리고 공익은 좋은 일이지만 조건이 충족된 사람들이 대부분 뒤로 물러서서 숨어버린다. 또 개인 이익이나 수익 추구에 혈안이 되지만 공익을 위하여는 남이 하고 나의 일로 생각않는 사람이 많다. 공익을 위한 일에는 사소한 잘못이 생기면 침소봉대하여 실제 이상으로 큰 잘못으로 포장되어 사회적으로 매장되는 경우도 많다. 이런일이 많다는 것은 잘 아는 나는 가급적 참여를 자제코자 하였다.
하지만 나는 싫고 너나 해라 하는 그 일이 공익과 공공성이 강한 일인데 아무도 안하면 사회와 국가 발전이 안되기 때문에 사양하다가도 끝내 희생할 사람이 없을 때는 내가 받아들여 모든 사회적 비난을 각오하고 참여하였다.
이번에 맡은 금고 이사장직도 그러하였다. 1980년대 초 전국적으로 새마을금고 운동이 활발하여 우후죽순처럼 금고가 생겨나고 행정적 독려도 강했다. 그 시기에 신제주새마을금고도 탄생되었다. 나에게 출자도 많이 하고 이사장을 맡아달라는 권유가 있었다. 나는 공직에 가까이 가서 불미스럽게 퇴진하는 것을 많이 보아왔으므로 거절하였지만 동장이 앞장서는 사업이어서 여러 사람이 이사가 될 것을 권유하고 있었다.
창립이 될 무렵 박원택 전 동장이 찾아와서 이백만원 출자하고 이사로라도 참여해야지, 이 마을에서 조석으로 만나는 사람들을 외면하고 어떻게 외롭게 지내려느냐는 설득에 평이사로 참여하겠다고 의사를 밝혔다. 또 창립총회에서는 감사로 선출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나의 생각은 맞았다.
감사할 때마다 지적사항이 나왔다. 나와 같이 감사를 한 분은 일년이 좀 넘자 아예 금고를 떠나버렸다. 그 이유를 물어보았다. 왜 감사직을 말없이 그만두었느냐고 물었더니, 대답인즉 “금고가 사금고화되어가서 그랬다. 이사장의 일가 친척이 모두 대출받으면 지역금융기관이 될 수 있느냐?”고 나에게 되묻는다. 나도 감사였는데 “비리나 부정은 내가 다 말하겠으니, 당신은 할 말이 있으면 나에게 넘겨라. 금고가 공익단체인데 잘못되면 안되고 떠나는 것은 책임회피다”라고 설득하고 떠자니 말라고 그랬더니 웃기만 하였다. 결국 그는 일반회원도 탈퇴하였다.
어쨌든 좋지 않은 풍문이 돌아 경찰서에서 장부를 압수해다 조사한 적이 있었는데, 다른 이사들은 금고가 사고나면 출자금이 손해날까봐 범위 한도 내에서 대출을 다 받아서 자금을 빼어갔는데 현태식이만 남았다. 현태식이는 고지식하다는 소문이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