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당 논평]고립된 박 대통령, 국민은 이 섬을 나간다

2016-04-27     영주일보

-현실 부정으로 점철된 언론과의 간담회

“난 현실을 원치 않아. 내가 원하는 건 마술”. 제20대 총선이 집권여당의 참패로 끝났지만, 언론사 편집 보도국장 간담회에 나타난 박 대통령은 여전히 망상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몰고 있었다.

박 대통령은 “지난 시절을 보면 대통령으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어요”라고 처연하게 말했다. 정부의 시행령 독재에 약간의 제동을 건 국회법 개정안조차 박 대통령은 거부했다. 정부가 소위 행정입법으로 세월호특별법 훼손, 노동개악 양대지침, 역사교과서 국정화, 인터넷언론 등록요건 강화 등을 밀어붙인 게 지난해 있었던 일이다. 우리는 그동안 대통령이 국회를 거치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일이 ‘참으로 많았음’을 실감했다.


총선에 나타난 민의의 첫 번째는 ‘정부여당 심판’이다. 제19대 국회 기간동안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다”는 대통령은 제20대 국회는 자기 뜻대로만 하기가 더더욱 어려워진다고 생각하고 앞날을 대비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총선에 나타낸 민의를 인정하지 않고, 마치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라도 된 듯 ‘양당체제에서 3당 체제로 바뀐 것이 민의’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또 “사실은 제가 친박을 만든 적은 없거든요”라며, 친박연대 창당 8년만에 놀라운 고백을 하기도 했다.


이러한 박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견지한 기조는 “하던 대로 계속하겠다”였다. 파견법 등 노동개악이라고 불려지는 사안들에 대해서 재반박 논리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파견법은 그에게 그저 만병통치약일 뿐이었다. 부정청탁금지법은 경제를 위축시키고 공직자들의 골프는 경제를 활성화시킨다는 ‘박근혜노믹스’도 등장했다.


세월호 특위 활동에 대해서는 “국민 세금이 많이 들어가는 문제”임을 강조하면서 사실상 활동기간연장에 부정적인 뜻을 피력했다. 진실 규명에 대해 ‘국민 세금’ 운운하는 것은 그간 정부부채를 엄청나게 늘려놓은 박근혜 대통령이 할 소리는 아니다. 위안부 문제 졸속 합의를 두고서는 피해자들의 연로함을 핑계로 들며 후속조치를 추진하겠다고만 밝혔다.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관한 인식 수준도 경악스러웠다. 검인정교과서로 공부하면 “북한에 의한 통일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북한은 국정교과서의 대표 국가이며, 민주 국가에서 역사 해석의 독점은 있을 수 없다. ‘역사관을 통일해서 북한처럼 되는 것’이 역사교과서 국정화다.


박 대통령은 모처럼 문답을 하는 자리에서마저 새롭게 대두되는 문제를 빨리 가볍게 넘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어버이연합과 청와대간 교감설에대해서는 “시민단체가 이것 하는데 이게 어떠냐 저쩌냐 하는 것을 대통령이 이렇다 저렇다 하고 평가하는 것도 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라는 특유의 화술로 비켜갔고, 새누리당 강봉균 선거대책위원장이 주장한 양적완화는 추진될 경우 한국사회를 여러모로 크게 흔들 가능성이 큼에도 “긍정적으로 검토를 해야 한다”고만 하고 넘어갔다.

그나마 주목할 점은 박근혜 대통령이 ‘화력발전소와 자동차가 미세먼지의 원인’이라고 밝힌 점이다. 녹색당이 (초)미세먼지가 단지 중국발인 것이 아니라 국내 산업계와 정부 정책에도 큰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을 때, “또 정부 탓으로 돌린다”며 야유했던 네티즌들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정부가 (초)미세먼지의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할지는 미심쩍으니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파리 기후변화회의에서 온실가스 배출전망치와 감축목표를 부풀렸던 대통령의 사기극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이번 간담회는 박근혜 대통령의 노선과 정치 스타일에 거의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일각의 예측에 힘을 실어주었다. 박 대통령은 마치 ‘아무도 빠져나갈 수 없는 고립된 섬’에 모두가 함께 살고 있는 듯 착각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의 착각이 여소야대를 뒤집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정권에게 등을 돌린 국민들을 되돌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현실 감각을 끝내 찾지 못하더라도, 국회와 정치권이 총선 민의를 충실하게 따른다면, 국민들이 자신이 정치의 주인임을 잊지 않는다면, 대통령 때문에 나라가 망할 일은 없다. 박 대통령은 이렇게 또다시 우리에게 ‘분발’을 촉구했다.

 

2016년 4월 27일
녹색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