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선물과 뇌물사이

고현숙 제주시 화북동주민센터

2016-04-20     영주일보

‘엄마 내 친구들은 스마트폰 다 가지고 있는데 저도 사주시면 안될까요?’
‘그래? 너 이번 시험 성적 보고 엄마가 결정할게.’ 내 답에 아이 얼굴이 밝지 않다.
문득 내가 아이에게 사주는 스마트폰은 뇌물인가? 선물인가? 라는 엉뚱한 생각에 웃음이 났다.

실생활에서 우리는 선물과 뇌물을 구분할 수 있을까?
사람마다 기준을 달리 생각하겠지만 나름의 정의를 내리면 선물은 ‘순수한 마음으로 아무런 대가 없이 주는 것’이고, 뇌물은 ‘어떤 직위에 있는 사람을 매수하여 부정한 돈이나 물건 등을 제공하여 사익을 취하는 것’을 의미하지만 대가성 여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세계에서 부패가 가장 적은 나라로 명성을 이어가는 핀란드의 부패지수가 가장 낮은 이유는 정직성과 투명한 행정제도에 있다. 국가 이익이나 개인프라이버시, 기업 비밀 등과 관련된 일부 사항을 제외하고는 비밀문서로 분류되지 않고 공공 서비스처럼 공개되어 ‘잘 봐 달라.’며 뇌물을 줄 필요성이 저절로 없어진 것이다. 또한 조선시대 세종은 대가성 없는 금품 수수도 처벌하는 조선판 김영란법을 만들었다. 그때 대사헌 신개는 강원도 고성군수로부터 문어 두 마리를 받았다가 파직 위기에 몰렸다. ‘관료들의 비위를 규찰하는 대사헌으로 있으면서 이런 일이 생겼으니 세상 여론이 어떻겠는가.’ 세종은 상납을 받은 다른 관리들은 용서해 주면서 신개만을 문제를 삼았다. 부정부패를 몰아내려면 힘 있는 고위직일수록 더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 형평성 시비를 없애야 한다고 했다.

뇌물과 선물의 구분기준은 그것이 타인의 피해를 알면서도 의식적으로 자기 이익을 위해 쓰였는지는 스스로가 잘 알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근본적으로 국민 인식 수준의 변화가 있지 않고서는 어렵다는 것이다. 누구보다도 나에게 떳떳할 수 있도록 오늘도 다짐하여본다. ‘우리 가족과 도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자랑스러운 공직자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