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호·박주영 2골 합작' 한국, UAE에 2-0 승리

2011-11-11     나기자

승점 3점은 챙겼다. 하지만 정말 답답한 90분이었다.

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1일 오후 9시45분(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알 라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UAE와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B조 조별리그 4차전에서 졸전 끝에 2-0으로 이겼다.

3승1무(승점 10)가 된 한국은 조 선두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최종예선 진출의 교두보가 될 중동 2연전에서 첫 단추를 잘 뀄다. 15일 레바논전 결과에 따라 조기에 최종예선 진출을 확정한다.

경기력은 기대이하였다. UAE와의 역대전적에서 10승5무2패로 앞섰지만 기록은 기록일 뿐이었다.

어지럼증과 구토 증세로 결장한 붙박이 미드필더 기성용(셀틱)의 공백이 현저하게 나타났다. 특히 전반에는 패스 길을 찾지 못해 헤맸고 패스플레이를 찾아볼 수 없었다.

후반 33분 교체로 들어간 이근호가 극적으로 승점 3점을 안기는 결승골을 넣었고 박주영(아스날)은 후반 추가시간에 쐐기골을 넣어 최근 4경기 연속 골에 성공했다.

최전방 공격에 나선 지동원(선더랜드)은 무거운 움직임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있다는 사실을 무색하게 했다. 박주영은 1골로 체면치레를 했지만 전과 달랐다. 기성용이 빠진 미드필드진은 따로 놀았다. 기성용을 대신해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선 홍정호(제주)는 수비에서 안정감을 보였지만 부정확한 패스로 아쉬움을 남겼다.

한국은 전반 45분 내내 UAE의 밀집수비에 막혀 이렇다 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유효 슛이 단 1개도 없었다. 전반 중반 이후부터는 UAE에 위협적인 찬스를 허용하면서 오히려 실점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전반 37분 역습에서 박주영이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선 장면을 빼면 실망스러운 경기력이었다. 박주영은 일대일 기회에서 한 박자 늦은 슛 타이밍을 가져가 수비수에게 공을 빼앗겼다.

UAE는 홈경기임에도 비교적 신중한 자세로 임했다. 기본적으로 수비에 무게를 뒀다. 이에 말린 한국 선수들은 전체적으로 무거운 움직임을 보였고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패스 플레이도 실종된 모습이었다.

조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부진한 지동원을 대신해 손흥민을 투입했다. 손흥민은 활발한 움직임으로 전방을 휘저으며 UAE 수비진을 흔들었다. 전술 변화가 적중했다. 전반보다 훨씬 민첩해진 모습이었다.

UAE도 마찬가지였다. 전반과 달리 적극적으로 한국의 골문을 노렸다. 이스마일 마타르는 후반 10분 감각적인 왼발 슛을 때려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정성룡이 선방했다.

1분 만에 찬스가 오기도 했다. 손흥민이 배후로 침투해 골키퍼와 일대일 찬스를 맞았지만 각도를 좁히고 나온 UAE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아쉬운 심판 판정도 나왔다. 후반 14분 박주영이 헤딩슛을 시도하려는 수간 UAE 수비수가 고의적으로 밀어 넘어뜨렸지만 심판은 휘슬을 불지 않았다.

후반 19분 홍철을 대신해 이승기를 투입해 허리를 강화했고 후반 33분에는 서정진을 빼고 이근호까지 투입했다. 포지션과 전술을 수시로 바꿔가며 경기를 풀었다.

이근호 카드가 적중했다. 후반 43분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이용래가 땅볼 패스를 찔렀고 이근호가 가볍게 밀어 넣으며 UAE 골망을 흔들었다.

선제골 이후 더욱 몰아쳤고 후반 추가시간에 박주영이 추가골을 넣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