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자연처럼만 청렴하자.”
강한훈 제주특별자치도 농업정책담당
2016-03-28 영주일보
이제 나도 나이가 든 것일까? 젊은 시절에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자연의 아름다움이 속속 들어온다.
문득 주변을 둘러본다. 나뭇가지 속에 몸을 꼭꼭 숨겼던 벚꽃이, 땅에 납작 엎드려 추운 겨울을 이겨낸 민들레가 슬며시 얼굴을 내민다. 겨우내 어디 갔다 나타났는지 모를 살랑살랑 봄바람이 두 뺨을 간질인다.
자연은 변함이 없다. 늘 한결같고, 늘 포용해주며, 항상 제자리에서 우리를 기다려준다.
바다는 아무리 많은 쓰레기를 갔다 버려도 쪽빛을 잃지 않고, 수 천만 대의 자동차가 도로를 질주해도 하늘은 푸른빛을 간직한다.
세상에 자연만큼 청렴한 이가 또 있을까.
예전에는 당연하게 느껴졌던 자연의 섭리들이 이 곳 친환경농정과로 옮겨 와 보니 더욱 위대하게 다가온다.
우스갯소리로 친환경농정과 직원들은 자나깨나 걱정이라는 말을 하곤 한다.
비가 내려도 걱정이요, 안 내려도 걱정이며, 햇살이 너무 뜨거워도 걱정이요, 날씨가 너무 흐려도 걱정인 것이다.
이는 너무나도 정직한 자연의 순리 때문이 아닌가 싶다. 지구의 일부분이 너무 뜨겁게 달구어지면 다른 반대쪽에는 시원하게 비를 뿌려주고 이와 반대의 경우에도 자연은 스스로 균형을 맞춰간다.
인간이 온갖 지식과 기술을 동원하여 자연에 맞서 보려고도 하고 때로는 지배해 보려고도 하지만 자연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자연의 본성을 잃지 않는 것이다.
내가 자연의 청렴함에 대해 감탄하는 이유이다.
근묵자흑 근주자적(近墨者黑 近朱者赤) 이라는 말처럼 사람은 주변의 환경에 따라 그 성품이나 행동이 바뀔 수 있어 늘 주위를 경계해야 하지만 자연은 일시적으로 검게 변했다가도 곧 자신의 색깔을 찾고 잠깐 붉어졌다가도 금방 자신의 빛깔로 돌아오니, 세상에 자연보다 청렴한 이는 없는 것 같다.
우리 공직자들도 자연의 청렴한 마음으로 다가오는 새 봄을 맞이해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