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부끄러움을 안다는 것

고란영 서귀포시 녹색환경과

2016-03-24     영주일보

얼마 전 시인이자 독립운동가인 윤동주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상영되었다. 학창 시절, 교과서에 나오는 시에서 윤동주는 진정한 자아를 찾기 위한 성찰로 고통 받는 시대적 현실을 살아가는, 항상 반성하는 시인이었다. 성인이 된 후, 영화에서 접한 그는 아름다운 시로 세상과 자신을 노래하고 싶어 했으나, 어려운 시대적 상황에서도 시를 쉽게 쓰는 자신의 모습에 무력감과 부끄러움을 보였다. 또한 시대적인 문제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못했다는 사실에서 부끄러움을 느끼며, 힘든 시대에 아파하는 모습을 보이는 듯 했다. 그의 다양한 반성을 담은 시들이 영화 곳곳에서 읽혀지고 있었고, 영화가 끝나고 스크린이 올라가는 순간까지도 뭔지 모르는 감정으로 자리를 일어나지 못하는 사람이 많았다. 이런 모습에서 윤동주 시인을 두고 부끄러움의 시인이라는 평이 많은 게 아닌가 싶었다.

이전에 자주 언급된 것처럼, 우리 제주도는 2015년도 청렴도 측정 결과 전국 74개 시 중 64위, 게다가 지난 몇 년간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이는 공직자로써 또는 도민으로써 어쩌면 부끄러운 현실일 수도 있다. 더군다나 많은 시책과 관심으로 노력을 기울이는 와중에도 이런 결과가 내려졌다는 사실은 자책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부끄러운 사실을 인정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부끄러움을 안다는 것은 옳고 그름을 분간할 수 있다는 뜻이기에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는 것, 즉 자아성찰의 계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서귀포시에서는 청렴 1등급이라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관행적 업무 체계 개선, 사전 예방 중심의 감사, 고강도 감찰 활동 등 여러 가지 시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우리 부서에서도 전 직원의 작은 실천으로 시작하는 청렴의 날 운영, 각종 청렴 홍보물 제작 등 청렴한 분위기 확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더 이상 부끄러움을 안다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그리고 부끄러움을 느낀다는 것에 당황할 필요도 없다. 지금 마주친 상황에 느끼는 부끄러움은 당연한 것이며, 이를 이해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