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청렴(淸廉)과 권력(權力)

김완진 제주도의회사무처 농수축경제전문위원실

2016-03-21     영주일보

근래에 청렴에 관한 공직자의 기고가 봇물 터지듯 신문지상에 쏟아지고 있다. 도내 어느 신문 가릴 것 없이 관련 내용물이 연일 계속 실리고 있다. 이는 제주도정이 최근 몇 년간 국민권익위원회 청렴도 평가에서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대한 반성과 함께 각오를 새롭게 하자는 직원들의 의지 표현이 아닐까 싶다.

과거와 달리 그동안 나름대로의 개선 노력을 통하여 행정 업무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높아지고 공직사회 전반이 깨끗해 졌다고들 대부분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궁극적으로 주 고객인 도민이 느끼는 낮은 체감과 만족 수준, 그리고 잊을만하면 이어서 터지는 공직비리 관련 소식 등을 접할 때 사실 변명이 궁색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청렴으로 가는 길은 우리의 요원한 바람일 뿐인 것일까 ? 청렴에 관하여 여러 가지 짚어보아야 할 게 많겠지만, 먼저 청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지금 스스로 공직이라는 직업적 사고에 대한 인식을 되새겨 봤으면 한다.

‘입신양명(立身揚名)’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자기의 능력을 펼쳐 세상에 이름을 알린다는 뜻으로 유교에서는 이를 효도의 끝마침이라 하고 있다. 사람이라면 꼭 효도가 아니라도 자기의 뜻을 펼쳐 자아를 실현하는 의미로써 누구나 가짐직한 포부이며 희망일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 좋은 취지가 출세주의 그 자체로 의미가 변질되어 오면서 우리나라 국민 의식 속에는 유독 관직에 대한 선망으로 자리매김한 것 같다.

이는 관직에 오른다는 것은 곧 권력을 갖는 것이고 힘을 상징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높은 지위에 오르려 집착하는 성향이 의식 속에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진다. 얼마 전 모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부모의 3명 중 1명이 자녀의 직업으로 공무원이 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난과 안정적 직장을 바라는 세태라 여길 수 도 있겠으나, 그 보다는 변질된 입신양명에 대한 로망이 아닐까 싶다.

공직자는 나랏일을 보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래서 세금도 걷고, 법과 질서를 유지하는 여러 권한이 부여된다. 그런데 이 권한이 잘못된 인식으로 인하여 자칫 권력이란 이름의 모습으로 변질되었을 때 그 나라는 타락과 쇠퇴의 길을 걷게 된다. 인간의 지난 탐욕의 역사 속에서 이러한 우(愚)를 범하여 왔기에 청렴(淸廉)이 공직의 시작이자 끝이 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는 것이다.

지금 국회의원 선거가 한창이다. 저마다 그 지역의 적임자임을 자처하며 많은 이들이 출마를 하고 있다. 그리고 공직사회에서도 출세를 하려고 경쟁하는 모습들을 예나 지금이나 쉽게 볼 수 있다. 행여나 우리 자신이 이러한 현실적 굴레에 사로잡혀 권력을 쫓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이로 인하여 파생되는 내부 불만요인과 권위의식 등으로 인하여 도정에 대한 냉소적 평가로 되돌아오는 것은 아닌지 깊이 새겨 봤으면 한다.

따라서, 진정으로 인정받는 조직문화를 만들 위해서는 우리 내부에서부터 권력 지향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모름지기 입신양명(立身揚名)이란 권력을 갖는 것이 아니라 권력을 가진 자에게 평가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권력의 소유자는 따로 있다는 점을 항상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