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청렴 적신호 스위치 OFF!!
김현숙 서귀포시 중문동주민센터
2016-03-18 영주일보
지난해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아이가 반장 선거에 미끄러졌다며 우울해했다. 하지만 그 표차는 딱 한표! 난 안타까움에 대뜸 물었었다.
“너는 누구 적었어?”
“친구 000 적었는데”
“너! 반장하고픈거 아니였어?”
“응 무지 하고 싶었어”
“그럼 너 이름을 적었어야지”
“어떻게 나를 적어. 그건 좀 그래”
나는 다시 딸아일 붙들고 그랬다.
“다음부턴 꼬옥 너 이름 적어. 다들 그렇게 해. 못 하는게 바보지.”
반장이 되고픈 아이들은 당연히 자신의 이름을 적어낸다는 말을 또래 엄마로부터 익히 들어온 나는 아이를 너무 나약하게 키우고 있는건 아닌지 싶어 걱정과 부아가 났다.
하지만 올해에도 딸아인 자신의 이름을 역시나 적지 못하고 또다시 한표 차이로 미끄러져 들어왔다.
“이번에도 친구 이름 적었구나. 어쩌려고?”
딸아인 울먹이며 말했다.
“내 이름 쓰려 했는데 도저히 쓸수 없었어. 엄마. 기분이 이상해서”
<청렴[淸廉] : 성품과 행실이 맑고 깨끗하며 재물 따위를 탐하는 마음이 없음>
딸아인 청렴 속에 있었고 나는 청렴 밖으로 나동그라져 있었다.
순간, 뭉클함과 화끈거림이 나를 에워쌌다.
딸아일 안고 등을 토닥거리며 말했다.
“잘했네 우리딸. 저번에 엄마가 한 말 취소! 절대 취소! 친구이름 적는게 진정한 경쟁이지! 엄마보다 낫다. 우리딸!”
제주도 공직사회가 술렁인다.
자주 신문지면에 등장하는 부끄러운 우리의 단면으로, 각종 기관 등을 통하여 발표되는 청렴 하위 성적표로.
감히 긁적여 본다.
오늘날 “청렴”의 흔들림은 우리가 어린시절 맘을 잊고 살아온 탓은아닐까?
어떠한 일을 행할 때 이상해졌던 그 마음! 분명하게 알려주었던 청렴의 적신호.
오늘부터 어린시절의 나로 돌아가 다시금 들여다보자.
마음속 어딘가에서 보내오는 그 적신호의 울림을.
그리고 그 적신호의 스위치를 꾸욱 꺼버리자. 딸아이가 그랬던 것처럼.
그럼 도민들이 우릴 안아주고 등을 토닥거리며 말하리라.
“잘했어 ! 잘했네. 이래서 우리 제주도 공직자들이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