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제자리 못 찾는 학교운영위원회의 단상(斷想)

강영봉 제주도의회 정책자문위원

2016-03-07     영주일보

지난 1995년 5.31 교육개혁의 일환으로 「초·중등교육법」에 초·중등학교에 학교운영위원회를 설치토록 하여 각 학교가 학교운영위원회를 구성·운영한지 근 20년이란 세월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학교운영위원회의 이미지는 긴긴 시간이 흘렀지만 생각만큼 발전하지 못한 것 같다.

학교운영위원회의 설치목적을 보면 비공개적이고 폐쇄적인 학교운영을 지양하고 교육 수요자의 요구를 체계적으로 반영함으로써 개방적이고 투명한 학교를 운영할 목적으로 도입되었다. 다시 말하면 학교운영의 자율성을 높이고 지역의 실정과 특성에 맞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교육을 실시하는데 있다.

그래서 2015년 교육과정 개편에 따라 학교의 교육현장은 지금의 학교 교육현장과 너무도 다르게 전개 될 것이다. 이런 면을 볼 때 지금 학교운영위원회의 외형적인 모습과 실질적인 운영에 있어 얼마나 달라졌는지 돌아보고 새로운 얼개가 필요한 시점이다. 필자가 보기에는 결코 법 시행 이후와 별로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

혹자들은 병명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법(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59조)이나 조례(제주특별자치도 학교운영위원회에 관한 조례 제5조) 자체가 학교운영위원회의 위원선출에 있어 “학교의 장은 운영위원회의 당연직 교원위원이 된다.” 라고 의무적 조항으로 되어 있다.
어떻게 가장 민주주의의 꽃인 3권 분립의 원칙은 지극히 상식인데 상식조차 무시한 법조문인 것이다.

학교에서 학교장은 학교를 경영하는 집행기구다. 교육청의 수장이 견제기구인 의회(교육위원회)에 당연직 의원으로 생각해 보자. 의회가 견제기구로서 제대로 역할 할 수 있을까? 분명 할 수 없을 것이다. 바로 학교운영위원회의 학교장이 당연직은 견제 기구로서의 모순을 갖고 있어 국회의 누군가가 법 개정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이러한 법적인 문제도 문제이지만 중요한 문제는 소프트웨어이다. 학교운영위원회의 설치 취지에 맞게 얼마나 효율적이면서 자율적인 위원회 활동을 하고 교육발전에 기여하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비록 법적 모순인 학교장이 당연직 위원이지만 위원회 구성원 개개인의 소신을 갖고 심의기구로서 공명정대하게 역할을 한다면 법적 모순도 뛰어 넘을 수 있을 것이다.

운영위원회의 주요 기능을 보면 “학교헌장 및 학칙의 제정·개정, 학교 예산·결산, 교육과정 운영 방법, 교과용 도서 및 교육자료 선정, 정규학습 종료 후 또는 방과 후 학교의 교육활동 및 수련활동, 초빙교원의 추천, 학교 운영지원비의 조성 운영 사용, 학교 급식, 대학입학 특례전형 중 학교장 추천, 학교 운동부의 구성 운영, 학교 운영에 대한 제안 및 건의” 등 학교 전반의 업무를 심의하는 막중한 업무를 수행하는 기구이다. 만약 운영위원회에서 결정한 사항과 다르게 집행할 때는 학교장은 교육청에 사유서를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사실상 의결기구나 다름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껏 앞에서 제시된 업무들이 얼마나 학교운영위원회가 소신껏 심의 처리해 왔는지 성찰의 기회를 갖고 심기일전(心機一轉)하는 운영위원회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모든 학교의 운영위원회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위원회 구성원의 전문적 자질과 능력도 다시금 되돌아 볼 시점인 것이다. 그저 학교장과 학교가 결정한 것에 따라가는 시냇물 위의 무용한 낙엽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제 새 학기가 시작되어 도내 모든 학교는 새로운 학교운영위원회를 구성하게 된다. 진정 운영위원회가 활성화되고 제 역할을 하려면 위원선출이 올바로 되어야 할 것이다. 우선 각 학교에서 비일비재하게 했던 학교장의 의도대로 운영위원회를 구성하거나 기존 임원을 대상으로 학교 측의 각본에 의해 선거절차도 없이 위원선출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리고 지역위원 선출에 있어서도 학교운영위원의 추천에 의해 선출하는데 대부분 학교장의 추천한 인사나 운영위원장이 추천한 인사로 채워져 왔다. 이러한 폐단은 특정단체의 이권과 연관된 경우가 허다하여 각종 문제의 온상이 되거나 아니면 위원회 자체가 학교장 편이 되어 학교운영위원회가 제구실을 못하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지역위원이야 말로 가장 공정하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학교운영에 참여할 수 있음에도 특징을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다.

모든 위원회의 구성과 운영도 그렇듯이 근본부터 부실하면 잘 운영되거나 좋은 결과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과욕일 것이다. 미래 학교의 경쟁력은 학교운영위원회의 역할과 학부모 동참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교는 위원회 구성원의 의식 수준만큼 그 학교는 발전하고 경쟁력 또한 비례할 것이다. 학부모들이여!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 뭐가 잘못 됐다고 탓하지 말고 학교운영위원회에 적극 관심을 갖고 위원의 출마와 선출에 동참해 보는 건 어떤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