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청렴(淸廉)’ 지킴이는 ‘소신(所信)’에 있다.
강영봉 제주도의회 정책자문위원
청렴이란 사전적 의미를 보면 ‘성품과 행실이 맑고 깨끗하며 재물 따위를 탐하는 마음이 없음’이라 정의하고 있다. 우리 선조들은 이러한 청렴을 근간으로 사회적 안정과 공동체적 삶을 추구하며 누려온 고유의 사상이자 미덕으로 전승되고 있는 것이다.
청렴의 전승은 신라시대 화랑도(花郞徒)들이 심신수련의 덕목이었던 풍류도(風流道)에서 엿볼 수 있다. 이것이 고려와 조선시대에 와서는 선비정신으로 이어져 지금에 이르고 있다고 본다. 선비정신의 주요 덕목이 여럿 있으나 그 중 가장 으뜸으로 하였던 것, 또한 청렴이 아닌가 한다.
조선시대 정약용의 목민심서를 보면 목민관(지금의 공직자)은 부임할 때부터 물러날 때까지 항상 가슴에 담고 실천해야할 진리불변의 자세로 청렴을 강조하고 있다. 목민심서에 청렴이야말로 공직자의 본래의 직무이고, 모든 선의 원천이며, 모든 덕의 근본이라 강조하고는 청렴하지 않으면 공직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청렴한 공직자만이 투명한 행정을 펼 수 있고, 권위가 서며, 강직하면서도 신뢰감을 주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선비란 지식이 있고 행동과 예절이 바르며 원칙을 지키고 재물을 탐내지 않는 고매한 인품을 지닌 사람으로 이런 사람들의 생각을 선비정신이라 칭하게 된 것이다. 옛 선비에 비견할 바는 아니지만 공직자들도 사회적으로 필요한 이러이러한 됨됨이를 갖춘 사람을 선발하고 임용되었기에 현대판 선비라 아니할 수 없다.
지난 신라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시대적 상황에 따라 선비의 모습이 차이가 있었지만 선비는 그 시대의 사회적 구심점으로 지도자적 구실을 하는 중심이었으며 그 시대의 양심과 인격이고 청렴의 표상으로 인식되어 왔던 것이다. 요즘 공직사회가 온갖 부패의 온상으로 비춰지고 있지만 아직도 선비정신은 살아 있다.
보시다시피 공직사회의 수직문화와 온정주의 문화가 부패를 싹틔우고 청렴의 씨앗은 뿌려지지 않고 있다. 부패를 낳는 수직문화 즉 분명 원칙을 벗어나고 있음에도 근무평정이나 승진을 위해 상급자의 비위를 맞추거나 아첨할 수밖에 없는 무소신(無所信)과 온정주의로 혈연, 지연, 학연이라는 관계적 연결고리가 공적영역보다 사적영역을 우선케 하는 정(情)이 부패를 낳게 하고 있다.
마치 이런 세상에서 올곧은 선비정신을 갖고 공직을 수행하는 공직자가 어쩌면 바보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청렴한 공직사회는 이런 사람을 찾고 부르고 있다. 공직자들이여 바보처럼 살아보자!
바보인 공직자는 소신(所信)있게 책무를 수행하는 자이다.
다시 말하면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자애로우며, 공명정대하게 책무를 수행 실천하는 사람인 것이다. 그러면 이제껏 나는 보신(保身)과 소신(所信) 중 어느 쪽에 서있을까 자기성찰에서 청렴의 답을 찾을 수 있다. 보신은 자신의 안위를 도모하나 소신은 많은 사람의 안위를 도모한다. 그래서 보신은 일시적으로 편안하고 성공을 이룬 것 같이 보이고 소신은 일시적으로 고통이 동반하고 어렵지만 나중에는 필연코 찾아오는 광명의 빛을 가져다준다.
이처럼 청렴의 온도는 어떤 상황의 유·불리에 연연하지 않고 쓴 소리도 감내하며 소신을 갖고 직무를 얼마나 수행하느냐와 비례한다. 그렇다. 소신을 갖고 도민을 위해 소신행정을 한다면 반드시 도민들은 공직사회를 신뢰하고 투명한 사회가 되리라 확신하며, 우리 모두 청렴제주 만들기 위해 하루 일과에 대한 청렴반성문을 마음에 써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