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감독대행 "김성근 감독님께 감사드린다"

2011-11-02     나기자

SK 와이번스를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이끈 이만수(53) 감독대행이 그동안 숨겨뒀던 마음고생을 털어 놓았다.

이 감독대행은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0-1로 패해 준우승이 확정된 뒤 가진 인터뷰에서 "야구 인생 40년 넘도록 보내면서 나쁜 이야기는 올해 다 들어본 것 같다. 그래서 야구에서 도망가려고 했다"고 말했다.

SK는 지난 8월 김성근 전 감독을 전격 경질하고 이만수 감독대행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이 과정에서 이 감독대행은 '이 감독대행이 구단과 짜고 김성근 감독을 쫒아냈다'는 소문에 휘말리면서 비난을 한 몸에 받았다.

이에 이 감독대행은 "이 자리를 빌어서 가족한테 정말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그런 이야기들 때문에 가족들이 충격도 많이 받고 울었다"고 미안해 했다.

이 감독대행은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팀을 한국시리즈 준우승까지 이끄는 지도력을 발휘했다. 불리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KIA 타이거즈와 롯데 자이언츠를 연거푸 쓰러뜨리는 저력을 발휘했다.

그는 모든 공을 선수들과 김성근 전 감독에게 돌렸다.

이 감독대행은 "전임 감독님이 좋은 선수들을 키워 줘서 감독대행이 그 선수들을 가지고 한국시리즈까지 올라올 수 있었다. 김성근 감독님께 감사드린다"며 "악조건에서 여기까지 왔다는 자체만으로 진정한 챔피언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만수 감독대행과의 일문일답

-한 해를 마친 소감은.

"오늘로 모든 시즌이 끝났다. 전임 감독님이 좋은 선수들을 키워줘서 감독대행이 그 선수들을 가지고 한국시리즈까지 올라올 수 있었다. 감사드린다. 비록 우리가 준우승했지만 진정한 챔피언이라고 선수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늘 이야기하지만 핑계대는 것은 싫어한다. 그렇지만 악조건에서 여기까지 왔다는 자체만으로 진정한 챔피언이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나라 프로야구 기록을 세웠다. 가장 많은 경기를 치르며 여기까지 왔다. 게다가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감독대행으로 여기까지 왔다는 것도 감사하다. 후회는 없다."

-많이 힘들었을텐데.

"지난 두 달 13일 동안 정말 많이 힘들었다. 감독대행이 이렇게 힘들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이 자리를 빌어서 가족한테 정말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내 야구 인생 40년 넘도록 나쁜 이야기는 다 들어본 것 같다. 가족들이 충격을 많이 받고 울기도 했다. 야구에서 도망가려고 했다. 그런데 지도자로서 선수를 꼭 지켜야겠다는 마음 때문에 끝까지 인내하면서 여기까지 왔다. 더 이상 후회는 없다. 감독대행은 끝났다. 더이상 후회도 없고 나의 임무는 끝났다. 가족과 편안하게 앞으로 남은 인생을 생각해봐야겠다. 오늘의 진정한 영웅은 선수들이었다. 그런 환경에서 새로운 야구를 펼칠 수 있다는 것이 한국 프로야구를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시키지 않았나 생각한다."

-시리즈에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말 밖에 못할 것 같다. 이런 악조건에서 아쉬운 것이 뭐가 있겠느냐. 선수들이 아픈 것을 참고, 주사를 맞아가면서 했다."

-끝나고 어떤 이야기를 했나.

"선수들에게 90도로 인사를 했다. 정말 고맙다고 인사했다. 선수들 덕분에 여기까지 올라왔다. 정말 선수들이 칭찬받아야 한다."

-새로운 야구를 했다고 말했는데.

"밝게 하지 않느냐. 선수들이 스스로 했다. 그것이 새로운 야구다. 감독대행으로 한 것이 별로 없다. 선수들 덕분에 한국시리즈까지 올라오게 됐다."

-기억에 남는 선수 하나 꼽는다면.

"정상호가 가장 고맙다. 정상호는 못하겠다는 소리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미련하게 야구하면서도 한 번도 아프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런 선수가 고맙다."

-내일부터는 일단 휴식인가.

"내일은 휴식을 취하고. 앞으로는 휴식을 줘야하지 않을까. 내가 감독대행이라서 잘 모르겠다."<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