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거티브에 가려진 박근혜

2011-10-23     나기자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59·사진)가 딜레마에 빠졌다. 4년 만에 선거 지원유세에 나섰지만, 네거티브 선거 공방에 묻히고 있다. 여당이 먼저 지핀 네거티브 공방에 외려 박 전 대표가 가려진 격이다.

박 전 대표는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13일 서울, 14일 부산 동구 지원유세에 나서며 관심을 받았다. 사람들과의 접촉 방식, 발언 내용 등도 화제가 됐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지금 선거 중심에서 밀려 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한나라당이 박원순 범야권 단일후보(55)의 협찬·병력 의혹 등을 제기하고, 야권이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48)의 부친 사학재단과 연회비 1억원인 피부숍 출입 이슈로 반격하면서 박 전 대표 지원유세는 주목도가 떨어진 것이다. 판을 흔드는 파괴력을 보여주지 못한 결과일 수도 있다.

자연히, 박 전 대표의 행보와 메시지는 덜 부각되고 있다. 박 전 대표가 자신의 취약계층인 30~40대와 지속적으로 접촉하려 하고, 노인·장애인 복지관 등을 찾는 복지 행보를 하는 사실도 가려지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19일 강원 인제 군인가족 간담회에서 6·25 전사자 유가족에게 보상금 5000원이 지급된 것을 두고 “좀 부족하다. 생각을 깊이 해서 결정해야 되는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보수층을 겨냥한 말이지만, 친박계는 이 내용이 거의 보도되지 않았다고 아쉬워한다.

박 전 대표는 ‘자성’을 이유로 조용한 선거 지원을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당이 네거티브 공방을 촉발시키고 선거판을 폭로·고발전으로 얼룩지게 한 것이 박 전 대표의 행보를 덮어버렸다는 분석이 더 많다. 당이 박 전 대표의 지원을 요청하고 스스로 그 영향력을 축소시키는 이율배반적 행동을 한 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