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니’ 여검사,당시 일기 공개“2심 집행유예 선고..치가 떨려”
영화 <도가니>의 소재가 된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 당시 1심 공판에 관여했던 여성 검사가 소회를 털어놨다. 법무부 법무심의관 임은정 검사(37)는 30일 검찰 내부통신망 이프로스(e-pros)에 ‘광주 인화원…도가니…’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인화학교 사건의 피해자들을 증인신문하고 현장검증도 했다고 자신을 소개한 임 검사는 “어제 <도가니>를 보고 그때 기억이 떠올라 밤잠을 설쳤다”고 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그는 “피해자들로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재판 결과에 경찰, 검찰, 변호사, 법원의 유착이 있을 것이라고 오해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하다 싶다”며 비난 여론에 공감을 표시했다. 또 “속상한 마음도 없지 않지만 이 영화가 우리 사회의 어두운 자화상을 반성하는 기폭제가 된다면, 그래서 우리 주위에서 벌어지는 또 다른 도가니를 막을 수 있다면 감수하지 못할 바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임 검사는 2007년 3월 공판 당일 작성한 일기를 공개했다. “6시간에 걸친 증인신문 시 이례적으로 법정은 고요하다. 법정을 가득 채운 농아들은 수화로 이 세상을 향해 소리 없이 울부짖는다. 그 분노에 그 절망에 터럭 하나하나가 올올이 곤두선 느낌이다. (중략) 변호사들은 그 증인들을 거짓말쟁이로 몰아붙이는데 내가 막을 수 없다. 그들은 그들의 본분을 다하는 것일 텐데 어찌 막을 수가 있을까.”
2009년 9월20일 공지영의 소설 <도가니>를 읽고는 이런 일기를 썼다. “가명이라 해서 어찌 모를까. 아, 그 아이구나, 그 아이구나… 신음하며 책장을 넘긴다.” 그는 이어 “(인화학교 사건 가해자들이)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나왔다는 뉴스를 들었다. 현실적으로 성폭력에 관대한 선고 형량을 잘 아는 나로서는 분노하는 피해자들처럼 황당해하지 않지만, 치가 떨린다”며 2심 재판부를 간접적으로 겨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