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새 해 다 짐

오숙미 아라동주민센터 주무관

2016-01-14     영주일보

새해가 밝았다. 새해의 이름이 하필 병신년이라 떠올릴 때마다 그 어감 때문에 웃음이 나온다. 그 웃음이 어이없음으로 인한 웃음이언정 일단 웃음으로 새해를 시작했으니 연말까지 올 한해 두루두루 웃음소리가 널리 울려퍼지는 한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덕분에 그 단어에 대한 나름의 성찰을 해보게 된다. 남과 나를 비하하는 발언의 대명사 격인 그 단어가 이제는 조금은 순화될 필요가 있고 내쳐지는 단어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보듬어야 할 단어가 아닐까? “병*”에 해당된다고 스스로 또는 타인에 의해 지칭되는 사람들의 입장을 조금더 가까이서 들여다보고 이해하려는 노력,자신의 실수.상대방의 실수,모자람에 너그러워지는 한해로 살기...더불어 모든 사회적 약자엔 대한 배려를 다시 생각해보는 한해되기 등등 말이다.

주변의 사람들을 만나다보면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장애인 분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여전히 곱지 않음을 느낀다. 내가 그 처지가 될 가능성은 전혀 없는 것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안타깝다. 물론 그런 처지가 되지 않으면 다행이지만 우리나라 사회구조가 그렇게나 안정적인가? 늘 실업의 위험, 사고와 재해의 위험에 놓여있어 우리는 언제든 사회적 약자의 처지가 될 수 있다.

2000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시행되면서 사회보장제도들이 시혜차원이 아닌 생존권 등 권리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여전히 내가 접하는 많은 분들은 권리의식 대신 패배주의에 싸여 있어 너무 소극적이거나 너무 거칠다. 사실 저소득층이나 장애인분들에 국한시킬 일도 아니다. 경제적으로 부유하다 하더라도 정신적으로 피폐해져 나와 남을 불신하고 안으로 움츠려드는 분들이 오죽 많은가?

아라동은 저소득층 인구가 상위권에 드는 지역이다. 택지개발과 부동산가격 상승으로 소위 있는 분들도 많다. 그만큼 빈부격차가 벌어져 어려운 분들은 상대적 박탈감,소외감을 더 느낄 수 밖에 없는 구조 속에 있다. 사실 현재의 사회복지는 최소한의 생존조건을 만들어 드리는 수준이라 당장 그 빈부격차를 줄이는 역할은 미미하겠지만, 행복지수를 높이는 차원에서는 달리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 퍽이나 다행인 건 행복은 사고 팔 수가 없다는 거다. 만일 행복마저 사고파는 것이었다면 이미 부유층의 전유물이 되었겠지만 내 의지와 더불어 주변의 배려로 우린 얼마든지 행복해질 수가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인의 무지몽매함을 한탄하며 의식개혁을 목적으로 평생 글을 썼던 루쉰의 글 “길이란 본래부터 있는 것이 아니라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차차 생기는 것이다”을 이렇게 바꿔보면 어떨까? “행복이란 본래부터 있는 것이 아니라 나와 남을 구분하지 않고 배려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차차 생기는 것이다”

가난하지만 행복지수는 세계1위라는 부탄처럼 우리 아라동도 다양한 계층들의 어울림 속에서 계속 머무르고 싶은 행복한 곳으로 올 한해 거듭나는데 보탬이 될 것을 아라동주민센터 직원 일동은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