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측근비리 수사 철저히 하라”

2011-09-26     양대영 기자

ㆍ청와대와 갈등 조짐

이국철 SLS그룹 회장(49)의 폭로 후 확대되고 있는 측근비리 의혹을 두고 당·청 간 이견이 노출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검찰의 철저한 수사와 특단의 대책을 요구한 반면, 청와대는 “문제가 될 게 없다”며 사건을 조기 종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당·청 간 긴장도 차오르고 있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57)는 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신재민·이국철’ 사건을 언급했다. 지난 21일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의 금품수수 의혹이 불거진 뒤 닷새 만이다. 홍 대표는 “검찰은 신 전 문화부 차관의 비리 연루 의혹을 조속히 수사 착수해 밝혀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홍 대표는 그러면서 “정권 후반기에 권력 비리, 친인척 비리, 측근 비리, 고위공직자 비리 이 모든 사항에 대해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줄 것을 청와대에 요청한다”고 말했다.

유승민 최고위원(53)도 “지금 터지고 있는 이 문제의 끝이 어디가 될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에서 검찰은 독립적 위치에서 소임을 다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청와대는 특단의 기구를 만들어 선제적으로 자정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나같이 검찰의 중립적 수사를 통해 잇따르는 측근 비리 의혹을 명확히 정리하고 가야 한다는 주문이다.

청와대는 다른 목소리를 냈다.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59)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 회장 건에 대해 “이 회장 일방의 주장”이라며 “수뢰니 권력형 비리니 이런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정라인의 핵심 관계자도 “ ‘이국철 리스트’는 없다”고 밝혔다.

다른 핵심 관계자도 “현재 거론되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확인작업을 거쳤다”면서 “확인을 해보니 아무것도 없다. 너무 소설 같은 이야기”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검찰 조사를 통한 정면돌파 요구와는 달리 문제 될 게 없으니 조사도 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조기 수습보다는 세간의 의혹은 의혹 차원에서 정리하고 넘어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청와대의 입장이 공개되자 한나라당 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원희룡 최고위원(47)은 경향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속단해서 하지 말고 원칙을 세워서 처리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정권의 도덕성이나 통치 리더십이 추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소장파 의원은 “청와대 인식이 여전히 경직되어 있고 안이하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