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 띄우려 여대생 춤추게 한 외부 MT강사
ㆍ서울공대 여학생들 “우리가 기생입니까”
“여학생들이 기생입니까.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희생당해야 하는 현실이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서울대 전기공학부는 지난 22~24일 강원도 평창의 휘닉스파크에서 교수·학부생·대학원생 등 400여명이 참여하는 단합대회를 열었다.
행사 둘째날인 23일 저녁 장기자랑이 열렸는데, 학부생 70명이 참석했다. 진행을 맡은 레크리에이션 전문강사는 참석한 여학생 8~9명을 무대로 불러 따로 소개를 시켰다. 그러곤 ‘남학생이 마음에 드는 여학생에게 고백하면 커플 게임을 통해 상품을 나눠주는 이벤트를 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남학생 중 아무도 나서지 않자 강사는 “분위기가 어색해진다”며 무대로 나온 여학생들에게 댄스 경연을 시켰다. 여학생들은 강사가 부여한 번호에 따라 돌아가면서 춤을 췄다. 장기자랑은 밤 11시쯤 끝났다.
이 사실은 당시 장기자랑에 참여했던 여학생의 친구가 24일 학내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박남규 전기공학부 교수(46·학생담당 부학부장)는 25일 경향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24일 여학생들에게 (학부 측) 대표로 사과하고, 강사를 파견한 레크리에이션업체에도 사과를 요구했다. 향후 매뉴얼을 만들어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단합대회 준비를 맡은 학생대표 정영모씨(21·3학년)도 “학생회 없이 준비하는 과정에서 (진행이) 미숙했다”며 사과했다.
해당 강사는 24일 학부 내부게시판에 올린 사과문에서 “불필요한 물의가 발생한 점에 대해 당사자 분들에게 사과드리고 싶다”면서도 “여학생 수가 적은 과 특성상 여학생들을 소개해주기 위한 의도였다. 거부감을 가질 상황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대 학내 게시판에는 “진정한 사과가 아니다”라는 비판 글이 잇따랐다. 행사 준비팀과 교수들도 강사의 사과문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해 다시 한 번 사과문을 요구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