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태식칼럼](80)너그러워야 복이 온다

현태식 전 제주시의회 의장

2015-12-08     영주일보

과수원을 구하기 위해 제주시 동부인 회천 쪽으로 다녔다. 연동은 나의 태생지지만 너무나 고통을 받은 곳이라 마음이 내키지 않으니 먼 곳에 따로 가서 살고 싶었다. 하루는 매물로 내놓은 감귤밭을 알아내었다. 아내 보고 가서 보자고 하고 아내가 동의하면 매수하려 하였다. 아내가 가보더니 아예 싫다는 것이다. 아는 사람도 없는 외딴 곳에 오면 일할 인부도 구하기 어렵고 급한 일이 생겨도 도움을 청할 수도 없으니 싫다는 것이다. 그래서 포기하고 있는 참에 아내가 연동에 알맞은 평수의 밀감밭이 매물로 나온 것을 알아냈다. 내가 가르친 곳은 싫다해서 기분이 언짢았었는데 아내의 말에 반대하면 내가 아내보다 나은게 뭐 있겠나 싶어서 함께 가보았다. 성과수원이었고 수확도 몇천관 본다는 것이었다. 나는 과수원에는 문외한이므로 과수나무가 키 크면 좋은 것으로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그게 틀렸었지만 모르는 소견에는 마음에 들었다.

과수원 주인을 만나서 흥정을 하는데 일천오백만원 달라는 것이었고 나는 에누리를 놓았다 일백만원을 내려 팔라는 것이다. 과수원 주인은 고집을 부리고 안된다고 하였다. “팔 사람이 싫은 것을 억지로 살 수는 없습니다. 과수원은 당신 것이고 돈은 내 것입니다. 그러나 돈이 급하면 파는게 상책이지요. 몇 달만 미루면 이자만 늘어 일만 그르칩니다”하고 자리를 떴다. 그렇다 그때는 사채이자가 월 4~5부고, 은행이자도 연체하면 월 2부가 넘는다. 사채이자면 1400만에 대하여 한 달에 일백만원에 육박한다. 과수원 주인이 한 달쯤 후에 내가 제시한 가격에 팔겠다는 것이 아닌가. 내가 제시한 값에 팔겠다고 하는데 거부하면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퍼뜩 떠올랐다. 그래서 현창숙 형을 입회인으로 하여 매매계약서를 작성하고 계약금을 듬뿍 걸었다. 이번에도 아내 이름으로 등기하였다. 너무나 고생한 아내인데 과수원 소유권자로라도 해주어야 얼마간 위안이라도 되지 싶어서엿다. 이 감귤밭이 신제주 개발로 제법 재산이 되었다. 결국 남의 의견을 너그럽게 받아들이고 난 결과는 복으로 보답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