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의녀반수 김만덕과 나눔의 미학
좌정헌 건입동주민센터
예로부터 우리나라에는 ‘가난은 나랏님도 못구한다’는 속담이 있다. 이는 가난의 굴레를 벗어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그리고 프랑스에는 노블레스 오블리제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의 어원을 살펴보면 원래 노블레스는 닭의 벼슬을 의미하고 ‘오블리제’는 ‘달걀의 노른자’를 뜻하며 이 두 단어를 합해서 ‘노블레스 오블리제’로 널리 쓰이고 있다. 이 말의 의미는 ‘닭의 사명이 자기의 벼슬을 자랑함에 있지 않고 알을 낳는데 있음’을 말해 주고 있다. 다시 말해서 사회 지도층의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말로 사회로부터 정당한 대접을 받기 위해서는 자신이 누리는 명예(노블레스)만큼 의무(오블리제)를 다 해야 한다는 뜻이다.
1794년 우리 제주도에 태풍과 흉년이 겹치면서 당시 10만명이던 제주 인구가 3만명으로 줄어들 만큼 대기근이 일어났던 해였다. 이때 김만덕이 전재산을 풀어 육지에서 쌀을 사들인 후 굶주림에 허덕이던 주민들에게 나눠주는 등 천여 명의 목숨을 살렸다. 이 공로로 정조임금은 김만덕에게 의녀반수라는 벼슬과 함께 김만덕의 소박한 꿈인 금강산구경을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처럼 나랏님도 하기 어려운 구휼(救恤)을 일개 평민인 김만덕이 사재를 털어 실행한 나눔실천은 시대를 넘어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커다란 귀감이 되고 있다.
그 어느 해 보다도 추운 날씨가 예상되는 올 겨울철을 맞아 따뜻한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우리사회의 구석구석에 의녀반수(醫女班首) 김만덕의 '나눔 정신'이 포근한 햇살을 맞고 활짝 피어나는 꽃봉우리 처럼 아름답게 되살아 나길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