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청렴의 새싹을 키우자.

이종찬 서귀포시 평생교육지원과

2015-10-30     영주일보

공무원이 되겠다고 마음먹은 때부터 공무원으로서의 삶을 시작한 지 한 달이 되는 지금까지 가장 많이 듣고, 생각하게 된 단어가 있다면 ‘청렴’ 이다.

공무원을 준비하며 공부할 때는 다산 정약용 선생님의 “청렴은 목민관의 본무요, 모든 선의 근원이요, 덕의 바탕이니 청렴하지 않고서는 능히 목민관이 될 수 없다.” 라는 말을 책상위에 붙이고, 내가 공무원 적임자라며 공부 열의를 불태웠고, 공무원 면접을 준비할 때는 “공무원에게 청렴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수없이 받았으며, 서귀포 시청에 발령을 받고서 앉게 된 빈 책상에는 전임자의 청렴서약서가 나를 가장 먼저 맞이하였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때그때마다 나에게 청렴은 의미가 달랐던 것 같다. 시험을 준비할 때는 목표였고, 면접을 준비할 때는 모범답안이었으며, 발령을 받고 난 뒤에는 부담이 되었다. 그동안 공직자 이전 민원인으로서 공직자를 대할 때에는 청렴이란 공직자에게 당연한 것이며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이라면 조그마한 부정도 스스로 용납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것이 칼이 되어 거꾸로 내 자신에게 향하자 부끄럽게도 나는 ‘부담’이란 것을 느껴 버린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돌아가는 버스에서 생각해보았다. ‘청렴’이란 게 어찌 보면 그동안 내가 생각했던 완전무결한, 범접할 수 없는 거대한 가치가 아니라 작은 것 하나가 아닐까 하고 말이다.

나는 한달동안 평생교육지원과에 발령을 받고 나에게 과분한 공무원 선배님들 밑에서 일을 배우면서, 나는 느꼈던 것이 아무리 작은 부분이라도 민원인에게 도움을 주려 노력하는 그들의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모습을 보면서도 나는 ‘청렴’이라는 가치와 연결지어 생각을 못했었는데, 이제 와서 보면 그것이 ‘청렴’의 다른 모습이라고 생각이 든다. 특별한 대가 없이,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서비스를 민원인에게 제공하는 것. 이 투명한 마음이 혹시 ‘청렴’이라는 거대한 나무를 만드는 새싹이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제부터 청렴을 부담이 아닌, 모범답안이 아닌, 삶의 목표로 삼아보려 한다.

주어진 직분에서 최선을 다하여 부끄럽지 않게 일을 하는 것.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청렴’, 즉, 공직에 첫발을 내딛는 내 자신에 맞는 청렴의 새싹이다. 이런 청렴의 새싹을 마음속에서 키우고 키우다보면, 내가 지금 벅차게 느껴지는 거대하고 푸르른 청렴의 나무가 어느덧 내 마음속에서 가지를 뻗고 꽃을 피우지 않을까.

물론 지금은 노력이라는 물을 새싹에 주어야 할, 공무원 초년생이지만 말이다.

내일은 새싹이 좀 더 성장하기를 바라며. 내일도 열심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