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주민들의 열정과 스토리가 있는 마을상품이 뜨는 시대
오시열 서귀포시 관광진흥과
칠십리 축제장 곳곳을 둘러보니 예전과는 또 다른 풍경이 눈에 띄었다.
각자 마을을 알리기 위해 축제에 참여한 마을 부스(booth)들이었다.
지역 축제에서 그 지역의 특산품을 홍보하는 마을 부스를 보는 것은 흔한 일이다.
하지만 올해는 마을 보물로 내세우는 품목들이 사뭇 신선하다.
특히, 성산읍 신산리의 녹차 아이스크림과 녹차 초콜릿, 표선면 세화 3리의 아로마 향초가 눈에 들어왔다.
신산리 녹차 아이스크림과 녹차 초콜릿은 마을에서 주민들이 직접 재배해 전통방식으로 덖어낸 품질 좋은 녹차를 주 재료로 만들었다.
녹차 홍보라고 하면 흔히 차를 건네는 것이 보통이지만 달콤한 녹차 아이스크림과 초콜릿 홍보는 주말 나들이 삼아 축제를 찾은 가족 방문객들의 발길을 순식간에 사로잡았다.
부스에는‘초콜릿 장인의 레시피를 개발한 신산리 초콜릿!’‘건강한 재료로 만들었어요’ 등의 문구가 적혀있었고 녹차 아이스크림과 초콜릿에 신산리 주민들의 자부심이 녹아있었다.
그 옆을 지나자 바람따라 기분 좋은 향기가 솔솔 전해져오는 부스가 있었다. 세화3리 마을부스였다.바라만 봐도 따뜻한 아로마 향초가 불을 밝히고 있었고 테이블 위에 놓인 그림이 내 눈을 당겼다. 무엇으로 만들었을까 의문을 갖는 순간 “길 위에 버려진 소주병을 부녀회원들이 주워다 깨끗하게 씻어 자른 병을 캔들 컨테이너로 활용 했어요”라고 향초 만드는 과정을 설명하는 세화3리 주민들의 눈빛이 반짝였다.
캔들에서 은은하게 퍼져나오는 향기는 세화3리 마을에서 자란 허브로 추출한 오일을 캔들에 담았기 때문.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캔들인 줄 알았다가 잘린 소주병을 보고 신기하다며 캔들에 관심을 보였다.
제주올레길 주민행복사업의 하나로 마을상품개발을 시작한 6개월여 기간 동안 대상마을을 선정하고 마을의 자랑거리인 보물 같은 숨은 자원을 찾아 신상품들이 탄생하기까지 주민들의 열정과 감동은 어느 누구에게 뒤지지 않았다.
주민들은 낮에는 감귤, 무를 재배하느라 바빠서 늦은 저녁 시간을 쪼개 초콜릿을 만드는 법을 배우며 연습했고, 모처럼 쉬는 날에는 캔들을 만드는 곳을 직접 찾아가 만들기 체험까지 해봤다고 한다. 새로운 일을 해서인지 익숙하지 않아 힘든 부분도 있지만, 마을을 알아주는 사람들이 늘어나서 행복하다고 대답한다.
축제 장소를 떠나면서 신산리와 세화3리를 찾아가보고 싶다는 방문객의 지나가는 대화를 들었다. 마을 기업, 마을 협동조합 제품이라는 타이틀 붙은 상품이 전국에서 쏟아져 나오는 요즘. 마을의 스토리와 주민들의 열정이 담긴 이런 상품이라면 시간이 더 가서는 마을 주민 전체를 웃게 만드는 효자 상품이 될거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