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태식 칼럼](64)소매상으로 격하된 점포

현태식 전 제주시의회 의장

2015-10-10     영주일보

삼천리자전거는 기아산업의 생산주력종목이었다. 창업자 김철호 사장은 6·25전쟁때 부산으로 피난 와서 영도에서 손수 가내공업 형태의 공장을 만들고 수공업으로 자전거를 생산하였다고 했다. 휴전이 되고 서울로 옮겨 자전거가 절대적 교통수단이고 짐자전거는 물류에 중추적 역학을 하는 시대가 도래하여 사세가 급속히 확장되고, 삼륜차를 생산하는 자동차생산공장으로 발전하였다. 우리는 처음에 서울기아산업 자전거부에서 직거래를 시작하여 명실상부한 제주대리점이 되었다. 그러던 것이 본사가 영업형태를 자동차 생산을 주력업종으로, 자전거 생산은 종속업종으로 위상이 바뀌어지면서 삼천리자전거판매주식회사를 만들어 생산과 판매를 분리하게 되니 시장상황이 크게 바뀌었다.

삼천리자전거판매주식회사는 부산지점, 광주지점, 대전지점, 서울 본사 이렇게 영업체계를 정비하고 제주도는 시장이 협소하다는 이유로 부산도매상의 상권으로 분리해서 결국 동광동에 있는 부산삼천리대리점에서 물건을 공급받는 소매상으로 전락하게 되었다.

지점 직거래보다 자전가 한 대당 육백원(당시 시내버스 요금은 20원)을 더 지불하고 소비자에게 다시 이윤을 붙여 공급하니 제주소비자는 억울하게 비싼 물건을 쓰게 되었다. 몇 달간 이런 상태로 장사를 하니 나는 제주도의 타업자와 차별화되는 것도 없고 자전거포마다 대리점 간판을 걸어놓았기 때문에 삼천리 상호로 장사를 할 수가 없었다. 어느날부터 타점포처럼 삼천리상사가 소매점으로 전락해버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