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태식 칼럼](63)거래처를 다시 부산으로
현태식 전 제주시의회 의장
2015-10-07 영주일보
그런데 H형은 며칠간 어쩐지 편한 것 같지 않더니 하는 말이 돈을 관리하는 것이 힘들다는 것이다. 아마 돈관리 수당을 별도로 생각해주어야 한다는 뜻인지도 모르나 이걸로 투정부릴 줄은 몰랐다. 말인즉 돈이 장부보다 부족하여 변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억지라고 나는 생각했다. 우리는 서로 완전히 믿는다고 생각하고 상대를 털끝만큼도 의심하지 않았다. 사실 나는 이런 태도가 늘 약점으로 나타난다. 세상에 그리 믿을 사람이 많지 않은데 웬만하면 믿어버리니 낭패볼 때가 있다.
그렇다. 이번 일도 H형을 믿고 금전관리를 맡기다보니 터져나온 H형의 불평이다. 그래도 나는 H형 보고 수고스럽지만 금전상 큰 착오는 생길리 없으니 계속하세요 하고 부탁했다.
왜 큰 착오가 없냐하면 물건을 팔고 난 다음 단순히 노트에 액수를 적었다. 저녁에는 장부에 의한 금액만 예금하고 있었다. 손님이 많고 바쁘고 자잘한 돈을 받고 즉시 즉시 장부에 정확히 기록하지 못하는 때가 있다. 돈은 받았지만 장부에 기록을 안해놓으니 장부상보다 돈이 남을 가능성은 많게 된다. 나는 평소 생각한 이 말은 아니하고 수고하시라고 하였다.
내가 무슨 말을 잘못하여 사이가 벌어지면 동업하더니 결국 불화가 생겼다고 고소해 할 사람도 많고, 나는 동업하다 깨어졌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는 관습상 동업이 극히 어렵다고 한다. 그러니 더욱 나는 동업은 가능하고, 성공했다는 말을 듣고 싶은 것이다.
결국 동업은 성공했다. H형이 하루 영업을 끝내고 내 앞에서 돈을 모두 꺼내놓는 것이었다. 이 주머니에 있는 것은 집에서 올 때 가지고 온 돈이고, 저 주머니 것은 무슨 돈이고 해서 떼어내고, 남는 돈과 장부를 대조하니 삼백원이 남는다. 내 생각은 적중했다. 한 달이면 1만여원이 남는 셈이다. 몇 년치를 합치면 거액이었다. 내가 회사를 그만두고 나올 때 월급이 1만원이었으니 장부상에 기록 못하고 남는 돈은 H형네 식구의 한달 생활비를 하다가도 남는 돈이다. 이렇게 되면 나보고 돈 관리를 하라고 해야 되는데 일언반구 가타부타 말 없이 돈을 챙겨 넣고, 그 후로는 돈을 취급하여 자기가 곤란했노라고 하는 말은 동업이 끝날 때까지 하지 않았다. 나도 두 번 다시 거론치 않았다. 왜냐 동업을 잘하려면 내가 상대방보다 단 일분이라도 더 노력해야 하고 이익 분배는 내가 상대방보다 단 일원이이라도 적게 받겠다고 생각해야 다툼이 없다. 나는 이 원칙을 고수한 것이다. 상대방이 상점을 휘청거리게 하지 않은 한 작은 욕심은 받아주었다.
H형이 동업하자고 안했으면 내가 어떻게 자립할 수 있나 하고 나는 언제나 상대방에 대하여 호감과 고마운 마음을 갖는다. 또 나는 언제 어디서나 동업자인 H형에게 듣기싫은 말이나 불리하게 하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