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최연소 해녀가 사는 섬 “추포도(湫浦島)”

김문형 추자면 부면장

2015-10-02     영주일보

가을이 되면 추자바다도 풍요롭다. 가을멸치 잡이와 참조기·삼치조업으로 바다는 불야성을 이룬다. 추자 10경중 제7경 “추포어화(楸浦漁火)”는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상추자와 하추자를 본섬으로 마흔 개의 크고 작은 섬을 거느리고 있는 추자도. 이 가운데 사람이 사는 유인도는 상·하추자와 횡간도, 추포도 4개. 그 가운데 가장 막내 격이라 할 수 있는 추포도는 추포어화의 주배경이 되는 섬이다. 면적 0.098㎢, 해안선 길이 2.5㎞, 높이 113m에 2가구 6명이 거주하는 제주도 유인도중 가장 작은 섬이다. 이 섬으로 가는 길은 횡간도 함께 잇는 행정선 추자호가 유일한 교통수단으로 추자면사무소 앞에서 약 20여분이 소요된다.

추포도는 추자 본 섬 가까이 있으면서도 낙도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기상여건을 떠나서라도 들어가는 초입부터 평탄치 않다. 선착장에 배를 대고서도 암벽을 등반해야 할 정도로 가파르다. 거주상황도 눈앞에 보이는 5~6채 정도의 마을이 전부이고 집으로 가는 길도 제법 가팔라 모노레일이 설치되어 있어 접근자체가 쉽지 않음을 느끼게 한다.

한때 30여 가구가 모여 살던 때는 이곳에도 배움의 터인 초등학교 분교가 있었다. 아이들이 없는 관계로 추포분교는 그 역할을 상실한 체 민박으로 이용되고 표석만이 분교터 였음을 증명하고 있다. 집 주위에는 파란통과 은색으로 만들어진 사각형 탱크가 위험 있게 자리를 틀고 있다. 이 섬의 유일한 수원이다. 빗물을 모아 저장된 물은 이곳에 거주하고 있는 소영씨 가족들의 생활용수로 1년에 2천여명 정도 추포도를 찾는 낚시꾼들에게 제공되고 있다.

원시림처럼 우거진 풀숲을 헤치면서 섬 정상에 다다르면 남쪽으로 추자군도가 파노라마로 펼쳐지고 뒤로 북쪽에는 횡간도, 그리고 그 너머에 보길도가 자리를 틀고 있다.

추포도 앞 바다에서는 해녀 2명이 물질을 하며 전복과 소라, 해삼을 따고 있다. 이들 해녀는 이 섬에 살고 있는 모녀지간으로 딸은 2014년 20대의 제주도 최연소 해녀로 등록된 정소영씨 이고 어머니는 지기심씨다. 두 모녀가 이곳 바다밭을 일구며 살고 있다. 이 섬이 고향인 소영씨는 제주도 대표 수영선수였다. 한 때 제주 본 섬에 나와 선수 생활을 하다가 2014년부터 어머니와 함께 이곳에서 해녀생활을 하고 있다. “뭍에 나와 살면서 늘 고향인 추포도와 추자도의 크고 작은 아름다운 섬들이 그리웠고 물질이 적성에 맞는 것 같아 해녀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모든 문화시설이 단절된 유배지 같은 이곳에서 두 모녀의 숨비소리는 우렁차다. 한 달에 두어 번 물때에 맞춰 물질이 이루어지는데 망사리에 해산물이 하나 둘 담길 때마다 두 모녀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지고 험난한 바다에서 두 모녀가 해녀라는 직업으로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삶의 보람이자 행복으로 여기고 있다. 그런 두 모녀의 애틋함으로 추포도 바다는 더욱 푸르고 생동감이 넘친다. 버림받다시피 한 작은 섬,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이 섬에도 해녀를 천직으로 여기며 욕심없이 바당밭을 일구고 희망 넘치는 내일을 열고 있는 모녀해녀를 기억해 주길 바란다. 또 삶의 의욕을 충전할 필요가 있으시다면 여행 삼아 찾아주시길 바란다. 여러분의 작은 관심이 추자를 더욱 풍요롭게 할 것이란 희망을 품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