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기지공사로 인근 연산호군락지 ‘훼손’ 심각

강정마을회, “문화재청은 허가조건의 위반여부 등 조사…상응조치 취해야”
5일 제주도의회 도민의방과 서울 참여연대 2층서 동시 기자회견

2015-08-05     양대영 기자

국방부는 지난 2005년 제주해군기지 건설 계획을 발표하였다. 90년대 초반부터 계획 발표와 무산을 거듭하던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재추진하겠다는 내용이다. 화순, 위미 등 여러 지역이 거론되다가 제주특별자치도는 서귀포시 대천동 강정마을을 제주해군기지 최우선 후보지로 건의하고 국방부는 2007년 6월 ‘평화와 안보’를 위한 해군기지 건설예정지로 강정마을을 확정, 통보한다.

제주해군기지 건설은 평화의 섬에 군사 기지가 정당한가, 올바른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는지에 대한 논란으로 번졌다. 찬반을 둘러싼 한국 사회 내 갈등의 폭은 점점 커졌다. 그러나 계류부두, 외곽시설을 포함한 육상부 48만㎡, 해역부 92만㎡의 규모로 건설될 제주해군기지에 대한 국방부의 계획은 무엇보다 자연 생태계에 미칠 영향이 가장 커 보인다.

뛰어난 생태를 자랑하는 제주도, 그 중에서 강정마을을 포함한 서귀포 해역은 국내외 보호법에 따라 생태계 가치가 인정된 지역이다. 특히 연산호가 대규모로 서식하며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는 지역은 전 세계적으로 매우 드물기 때문에 그 가치는 독보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73,800㎡ 규모의 국내 최대의 산호 군락인 ‘산호 정원(Coral Garden)’은 외국의 산호 전문가들도 ‘원더풀’을 외칠 정도다.

섶섬, 문섬, 범섬으로 이어진 연산호 군락은 ‘산호 정원’에서 최대 정점을 이루고, 강정 앞바다의 서건도와 강정등대를 이어 화순과 송악산 일대로 펼쳐진다.

현재 연산호는 환경부, 문화재청, CITES(멸종위기야생생물의국제간거래에관한협약)에 의해 멸종위기야생생물, 천연기념물, 국제적 법적 보호종으로 관리되고 있으며, 각종 국제협약(생물다양성협약, 람사르협약 등) 및 유엔환경계획(UNEP) 역시 산호의 가치에 주목하여 각별히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 관광·경관, 연구 개발 등 현실적 가치만이 아니라 기후 조절, 산호와 함께 공생하는 다양한 생물 종으로부터 발생하는 잠재적인 미래가치까지 감안한다면 실제 나라 안팎의 귀중한 자산인 셈이다.

강정마을회와 제주군사기지범대위, 제주해군기지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이하 범대위)는 5일 오전 11시30분 제주도의회 도민의방과 서울 참여연대 2층에서 동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해군기지 공사현장 연산호군락지 수중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제주의 경우 조경철 강정마을회장을 비롯해 김국남 강정마을 해상팀장,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홍기룡 제주범대위 집행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범대위는 제주해군기지공사로 인해 인근 서귀포시 강정마을 앞 바다 연산호 군락지에 부유물이 끼고 군락 상당부분이 사라지고 있는 현장을 생생히 촬영, 고발했다.

범대위는 기자회견에서 문화재청은 지난 2009년 9월 해군이 강정연안 연산호 군락지 국가지정문화재현상변경 허가 신청에 대해 조건부 허가를 내렸다. 주요 내용으로 첫째, 공사 중 발생하는 부유사 농도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긴급상황 발생시 공사중지 등 즉각적인 대응체계를 구축할 것. 둘째, 연산호 서식처의 변화 양상을 파악하기 위해 계절별로 연산호를 포함한 저서생물 생태모니터링을 시행하고, 과거자료와 과학적 비교분석 결과를 부유사 농도 및 해저질 상태 조사결과와 함께 문화재청에 주기적으로 제출할 것 등이다.

그러나 해군은 공사과정에서 많은 양의 부유사가 발생하고 이에 대해 주민과 환경단체 등에서 지적이 있어왔지만 공사중지를 포함한 즉각적인 대응체계는 부재했다. 이로 인해 주변지역 연산호 군락의 서식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문화재청에 제출한 보고서에 연산호 서식환경 악화에 대한 원인이 제대로 기술되어 있는지는 의문이다. 따라서 문화재청은 이번 조사결과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해군에 대해 허가조건 위반여부를 즉각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해군은 환경부, 제주도 등과 사전환경성검토,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통해 연산호 군락의 보호를 위한 저감방안을 마련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왔다며 잦은 토사유출과 사석 투하과정에서 흙탕물이 그대로 외해로 확산됐고, 방파제 공사과정에서 부유사가 지속적으로 발생했지만 이에 대한 해군의 적절한 대응은 없었다.

특히, 풍랑에 의해 파손된 케이슨을 부유사 확산 방지를 위한 제대로 된 저감대책도 없이 바다 한가운데서 해체작업을 벌여 왔다. 이로 인한 연산호의 서식실태는 서식환경 악화와 일부 종의 경우 영향범위 서식지 내 절멸의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제주도와 환경부는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을 위반한 해군에 대해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라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또한 공유수면 매립면허의 허가조건을 보면, ‘부유사 발생 및 확산 예측결과를 면밀히 검토하고, 연산호 군락에 미치는 영향 최소화 방안과 보전대책 수립’을 명시하고 있다. 공유수면 매립기본계획 반영조건에도 역시 같은 반영조건이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허가조건을 어기고 해군이 공사를 강행하면서 연산호 군락과 해양생물의 서식환경에 악영향을 끼친 만큼 제주도는 이에 대한 강력한 대응과 조치를 취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범대위는 막무가내로 진행되는 해군의 불법공사를 막고, 강정바다의 해양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문화재청, 환경부 등 관련부처와 제주도 등이 공동으로 연산호 및 해양생태계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해군이 진행하는 사후환경조사만으로는 연산호 군락지의 변화를 사전에 예방하고 막기에는 사실상 한계에 달한 상태이다.

이는 마치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으로 해군에 의한 연산호 조사는 형식적이고 의례적인 조사로 그치고 있으며, 그 어디에도 자신들의 공사로 인해 문제가 발생했다는 언급은 없다. 이는 해군기지 공사와 관련한 인·허가 부서의 책임도 크다. 그동안 강정마을회와 환경단체 등은 해군의 오탁방지막 미설치, 부유사 발생 및 확산 방지대책 부재, 토사유출 등 해군의 각종 불법행위를 지적해 왔다고 말했다.

범대위는 “하지만 관련부처는 이러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공사중지 명령은커녕 현장방문을 통한 사실 확인조차 제대로 하지 않아왔다”며 “결국 해군의 불법공사에 대한 관련부서의 안일한 대처가 절멸 수준의 연산호 군락지 훼손을 초래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혔다.

범대위는 “따라서 지금이라도 해군기지 공사로 인한 연산호 군락의 서식실태를 직접 조사해야 한다. 그리고 이 조사에는 반드시 강정마을회, 환경단체 등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연산호 서식환경의 변화 원인과 올바른 보전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