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태식 칼럼](44)외상값도 못 갚고
현태식 전 제주시의회 의장
2015-07-29 영주일보
아내가 양장점할 때 도둑을 맞은 것이 타격이 심했다. 일수돈 꾸어다 옷감을 마련하고 옷 만들어 팔아 겨우 손품이나 벌고 있는 가련한 처지는 동리사람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어느 비오고 바람부는 날 깊은 밤중에 도둑이 들어 수선할 옷과 옷감을 몽땅 가져가버렸다. 일어나보니 가게가 휑하니 비어있는데 미싱으로 그래도 안 가져갔다. 발미싱이어서 혹시 가져가다 소리가 나면 들킬까 보아 놔둔 모양이다. 서문파출소에 신고했더니 순경이 와서 도둑 잡을 생각은 않고 술만 받아오라 해서 술을 사다주었더니 술만 먹고 가버렸다.
도둑 맞아 손실이 큰데 순경의 술값까지 대었으니 기막힐 노릇이다.
수선할 옷을 변상해 드려야 하고 옷감 외상값은 도저히 물 수가 없어 동문로타리 유창상회에 우리 부부가 찾아가 자초지종을 말씀드리고 외상값을 일년간 유예하여 달라고 간곡히 부탁을 하고 양해를 얻었다. 그 다음 해에 부부가 같이 가서 옷감값을 갚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