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태식 칼럼](32)제대증 때문에
현태식 전 제주시의회 의장
2015-06-19 영주일보
그 당시 ‘학보(學補)’라 하여 대학재학 때 입대한 사람은 1년 6개월간 군대생활을 짧게 하고 제대하는 제도가 있었다. 이 제도에 의하여 나는 1962년 4월 입대하고 1963년 12월에 제대하였다.
다른 사람은 학병으로 입대하여 만 1년 6개월이면 제대했으나 나는 일반병으로 입대하여 일군 사령부에서 학적부를 확인한 후 늦게 제대 신청을 하였기 때문에 2개월 늦게 제대했다.
어쨌거나 제주대학에 일기분 등록금을 내고 복학해야 제대증이 나오는데 이 등록금을 어떻게 마련할 길이 막막했다. 1학기분 수업료를 구한다는 것은 정말 연목구어였다. 홀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난 23살 난 새색시가 1기분 학비를 마련하려고 정말 눈물겨운 마음고생을 했다.
신부는 결혼할 때 아무것도 받지 못했는데 지금도 금반지나 다이아몬드 가락지가 욕심나지 않고 끼고 싶지 않다며 맨 손가락으로 살고 있다. 그것은 없는 살림에 남편의 제대증 받으려고 그 엄청난 한 학기분 등록금을 마련하며 받은 고통과 굴욕이 너무도 컸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있고 난 다음부터는 무엇이 소중하고 무엇이 천한가를 체득한 것 아닐까. 1기분 학비를 구한 이야기는 뒤로 미루어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