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정착주민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장승은 건입동주민센터

2015-06-05     영주일보

주민자치센터프로그램을 문의하는 전화가 와서 통화하다보니 몇 달전 제주도에 내려와 새로운 삶에 적응하고자 애쓰고 계신 정착이주민이셨다.

제주의 자연과 삶을 동경해서 다니던 직장을 퇴직하고 제주도에 내려와 정착했다는 50대 초반의 여자분은 갑자기 많아진 시간을 어찌 보내야 할지, 무슨 일을 해야할지 고민하고 있는 듯 이것 저것 두서없는 질문을 쏟아 내셨다.

소일거리를 찾아 과수원에서 일도 해보았는데 어찌나 힘든지 허리가 아파서 중단하고 지금은 치료차 수영도 다니고 병원도 찾고 있다며 생전 처음 통화하는 직원에게 하소연을 하셨다.

정착주민업무를 맡고 있는 나에게는 소중한 고객인지라 건입동에서 운영하는 환경학교에도 나오시도록 권해드리고 한번 찾아오시면 궁금한 사항, 정착주민지원정보등에 관해 상담드리고 싶다고 안내를 해드렸더니 조만간 찾아오시겠다고 희망에 찬 목소리로 답을 주셨다.

문득 그 희망에 대한 흡족한 답변을 드릴 수 있을지 고민이 들었다. 그리고 그 분이 지적하신 제주의 삶의 불편함을 되새겨 보았다.

우선은 딱히 ‘갈 곳’ 또는 ‘할 일’이 없다는 점이다. 이용할 수 있는 문화 및 체육시설의 부족, 내지는 좋은 프로그램의 부재, 운영의 열악함이다.

수영장이 있기는 하나 이용자들이 한정되어 있거나 만족스럽지 못하고 주민센터프로그램도 신청시기를 놓치면 참여가 어렵고 사람들과의 어울림도 제한적이어서 기대에는 한참 못 미치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보람을 느끼고 어느 정도 보상도 있는 일을 찾고 싶은 많은 정착주민들에게 생각보다 냉~한 이웃들, 소외감과 외로움, 두고 온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 등으로 인해 정착초기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정착주민을 위한 창구를 만들고, 각종 후견인제를 운영하고 현장견문제, 읍면동별 정착이주민대상 프로그램 개설등 많은 노력들을 하고 있지만 그분들에게 우리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따뜻한 말 한마디, 곱씹어 볼수록 정감 가는 제주의 인심일 것이다.

타지인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먼저 손을 내밀어 이끌어주는 통 큰 제주인들의 모습을 그분들에게 각인시키는 일이 편견없이 통(通)하는 세계속의 제주에 사는 우리의 권리이자 행복한 의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