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거절하면 행복하다.
장승은 건입동 주민센터
2015-04-27 영주일보
청렴이 공직사회의 화두가 된 지금 각종 구호들과 시책들이 작은 틈새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시행되고 있다. 기브 앤 테이크가 미덕이던 시절은 적어도 공무원사회에서는 막을 고하고 있다.
받은 것은 작은 것이라 해도 주는 사람은 여러사람에게 준비했을 것이니 분명 작다할 수 없다. 특히 지역민으로부터 지역특산물을 선물로 받는 행위는 근절되어야 한다. 사불삼거에도 “재임지의 특산물을 먹지 않는다”라 하였는데 오늘날에도 유효한 덕목으로 힘들게 채취한 특산물을 선물로 주고 받는 행위는 더 이상 미덕이 아니라는 지역사회의 인식확산이 필요하다.
기브 앤 테이크의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우리의 부조문화이다. 경조사의 대상에게는 관심도 없고 의무감으로 오고가는 영혼없는 행위가 미덕을 넘어 가계의 부담이 된지 오래다. 그러나 이런 논의 자체가 이루어지고 있지 못한 것은 받아야 할 사람이 존재하기 때문인데 따지고 보면 모두가 받아야 할 사람이고 모두가 빚쟁이가 되는 셈이다.
예전에 우리나라의 부조문화는 오래된 품앗이의 한 형태로 조선시대 부조는 현물보다는 의례에 필요한 물품-쌀, 콩, 기름 등의 음식이나 관(棺)-위주로 이루어졌으며 상례를 도와주는 몸 부조 등 서로 돕고 음식을 나누어 먹는 상부상조의미풍양속이었다.
지금의 한국의 부조문화가 보편화된 것은 20세기 중후반으로 “잘 좀 봐주십시요”라는 의미를 함축한 뇌물로 빈번하게, 암암리에 활용되기도 하였다.
십분 양보한다 해도 부조문화가 허례허식을 부추기고 있으며 빈부의 격차로 인한 상실감을 더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특히 제주의 겹부조에 겁은 먹는 이주민들이 존재하는 등 사회융합의 저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부조문화의 개혁이 청렴한 세상의 필수요건이라고 생각한다.
“부조는 사양합니다”라는 문구를 많이 볼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며 기회가 되면 꼭 실천해 보고 싶다. 당장은 손해를 보겠지만 미래를 바꿀 수 있고 무엇보다 “거절하면 행복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