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소망의 꽃동산, 서천꽃밭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김동섭 설문대여성문화센터 팀장
삶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만족하고 행복해지고자 노력하는 존재가 우리 인간일 것입니다. 신화에 의하면 너무 고된 종살이를 벗어나기 위해 종으로 팔아두고 간 아버지를 찾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낮 동안 다섯 동의 명주를 짜고, 또 밤이 되면 세 동의 명주를 짜야하는 어머니 종의 고역(苦役), 그리고 낮에 쉰 마리의 소에게 풀을 뜯게 하고, 쉰 바리의 땔감마저 해야 하며 또 밤에는 쉰 동의 새끼를 꼬아야만 하는 아들 종의 고역은 이들에게는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될 한계(限界)였을 것입니다. 아버지를 찾는 과정도 쉽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멀고 험할 뿐만 아니라, 날샌 천리둥이 개를 앞질러 가야하는 능력을 가진 자만 갈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더군다나 무릎, 잔등이, 목이 차는 물을 건너야만 다다를 수 있는 곳, 서천꽃밭에 옥황(玉皇)의 명으로 꽃감관의 직(職)을 수행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궁녀(宮女)들이 꽃을 가꾸기 위해 물을 길어 나르던 큰 연못에 아버지를 찾는 아들이 왔음을 알린 다음, 아버지가 남긴 얼레빗 징표를 확인하고 만날 수 있게 됩니다. 아버지는 아들 할락궁이의 소원(所願)을 위해 서천꽃밭의 꽃인 사람을 죽여 멸망시키는 ‘수레멸망 악심꽃’, 죽은 사람을 다시 살려내는 ’환생꽃‘, 앙천 웃음을 터지게 하는 ’웃음 웃을꽃‘, 일가 친족간에 패싸움을 일으키게 하는 ’싸움 싸울꽃‘ 등을 내어 줍니다. 소망을 이룰 수 있는 꽃을 받은 할락궁이는 제인장자를 찾아 가 악심꽃으로 죽여두고, 죽은 어머님을 묻은 곳을 제인장제의 딸들을 앞세워 찾은 다음 환생꽃으로 다시 살려냅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 딸들을 묻어 두고, 일가 친족들을 웃음으로 혼비백산시킨 다음, 패싸움을 일으켜 온 집안을 망하게 함으로써 소망을 이룰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 입니다.
할락궁이가 소원을 이루기 위해 서천꽃밭을 찾았듯이, 간절함을 가진 우리 모두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 다양한 소망의 꽃을 가꿀 수 있을 것입니다. 아픈 사람은 치병(治病)의 꽃을, 부귀를 바라는 사람은 재운(財運)의 곷을, 오래 살기를 바라는 사람은 장수(長壽)의 꽃을, 친족간의 화목을 바라는 사람은 화목(和睦)의 꽃을 말입니다. 쉽게 다다를 수 없는 곳에 위치하여, 신이(神異)한 능력을 지닌 자에게만 허락되었던 소망의 꽃동산, 서천꽃밭이 이 시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전하는 신화의 진정한 의미는 자신의 간절함을 담은 소망의 꽃동산을 언제라도 가꾸라는 것은 아니었을까요? 오늘의 한계를 극복하며 내일을 준비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소망을 이룰 수 있는 마음의 서천꽃밭을 선물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