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가장 시선을 끄는 간판은?
김성철 서귀포시 도시건축과 도시디자인담당
2015-04-08 영주일보
거리를 나가보니 건물마다 입구와 벽을 가득 메운 간판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제각각 멋을 부려 설치된 간판 중에는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룬 깔끔한 디자인의 멋진 간판도 있었지만 주변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크기와 조잡하고 튀는 디자인의 간판도 있었다.
상가주 입장에서는 당연히 크고 선정적으로 간판을 설치하면 사람들 눈에 잘 띌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실상은 아니다.
지난 2007년도에 SBS에서 화려한 간판이 상가주인의 바람대로 사람들의 눈에 더 잘 띄는지 알아보기 위하여 ‘아름다운 간판이 도시를 바꾼다’는 프로그램을 방송한 적이 있다. 실험결과 보행자가 통상적으로 한 지점을 바라보는 시간은 평균 0.3초였다. 이 짧은 시간 동안 시선이 미칠 수 있는 범위는 눈 위쪽으로는 12도, 옆쪽으로는 20도 정도로 이는 지상에서 5m 정도로 건물 2층 높이에 해당된다. 운전자의 경우도 보행자와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다만 옆으로 보는 시각이 좁아지고 지상 10m, 건물 4층 높이까지 시야가 길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간판의 색깔도 노랑, 빨강, 주황 등 난색 계통이 모여 있을 경우 시각적으로 혼란을 줄 뿐 어디에도 집중하지 못했다.
실험 결과는 크고 화려한 간판보다는 정보를 단순하게 하면서 색채를 줄이고 시선 높이에 알맞게 걸린 간판에 더 주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물의 얼굴이기도 한 간판은 현대로 오면서 가게의 위치나 기능을 알리는 목적 외에 거리의 문화를 대변하고, 도시이미지를 창조하는 도시경관의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이에 서귀포시는 도시 디자인의 품격을 높이고 깨끗하고 아름다운 도시경관을 구축하기 위해 사업비 766백만원을 투입하여 도시경관개선사업과 아름다운 간판만들기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관광도시로 널리 알려진 서귀포시는 간판하나까지도 상품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간판만 잘 보이면 그만‘이라는 이기적인 생각을 버리고 주변과 조화를 이루면서 서귀포시만의 매력과 특색을 잘 살린 간판설계를 통해 아름다운 도시 서귀포시가 한층 더 빛날 수 있도록 모두가 뜻을 모아 협조해 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