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더디 가도 사람 생각하지요.

문부자 제주시 주민복지과

2015-03-17     영주일보

어느덧 경칩이 지나 따뜻한 봄 햇살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상큼한 꽃망울과 함께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와 있다.

지난 겨울동안, 우리 사회는 크고 작은 소용돌이 속에서 기쁨 보다는 아픔이, 설레임 보다는 두려움과 무의식속에서, 순간순간을 생활하고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언론을 통해 힘들고 지친 이웃들이 생활고를 비관해 자살을 하고 경제적 어려움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는 보도를 접하게 될 때마다 우리이웃에는 이런 슬프고 아픈 일들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과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소외·취약계층 발굴이라는 업무를 추진해야 하는 두 가지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 하게 된다.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어려운 가정을 방문 하다 보면 가장 큰 문제는 가족, 이웃들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하고 외부와 단절되어 혼자서 생활하는 일반청장년 가구들이다.

이런 대상자들은 대부분 경제적 어려움으로 이혼을 하고 가족과 단절되어 월셋방 거주, 일일노동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생활하고 있다. 일거리가 줄어들고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으로 인한 외로움, 고독감으로 술에 의존하다 보면, 우울증, 알코올로 인한 정신적 문제까지 심각한 상태지만, 병원진료를 받거나 가족이나 이웃들에게 도움을 요청 못해, 건강과 주거문제까지도 열약한 환경에 처해 있는 실정이다.

제주시에는 이렇게 발굴된 복지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가정 방문 상담을 통해서 위기가정에는 긴급생계비 지원 등 각종 복지제도를 지원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고, 이들이 사회로 나올 수 있도록 매주 28개 사회복지서비스기관과 사례회의를 통해 대상자 욕구에 맞는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지원해 나가고 있다.

우리 이웃에 사는 어려운 가구에 대해 조그마한 관심과 배려가 이들에게 희망을 준다면, 아마도 용기를 가지고 사회로 발걸음을 조금씩 내딛지 않을까 한다.

기쁨과 슬픔을 같이 나누고, 지칠 때 힘이 되어주는 이웃과 사회가 든든하게 곁에 있다면, 더디게 가는 삶 일지라도 분명 사람 냄새가 나는 “이웃이 이웃을 돕는”행복한 사회가 될 것이다.

꽃망울이 한껏 뽐내고, 새싹들이 초록이 어린잎을 자랑하는 봄, 그 속에 우리 이웃들도 살며시 마음의 문을 열고 따뜻한 봄 햇살을 향해 기지개를 힘차게 펼칠 수 있으리라 생각해 본다.